14세 천재 안성현·무결점 압승 박서진 … 韓 골프 미래 밝다

2023. 9. 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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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VX 매경아마선수권
최연소국대 안성현, 男정상
"근심 모두 날린 특별한 대회
내주 허정구배도 정상노려"
박서진, 3일 연속 女선두
"역대 챔프 고진영·신지애와
나란히 이름올려 행복하다"
1일 카카오VX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오철규 대한골프협회 사무처장, 문태식 카카오VX 대표, 남자부 우승자 안성현, 여자부 우승자 박서진, 김정욱 매일경제신문 기획실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주 이충우 기자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인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역대 남녀부 우승자 명단에 27번째로 이름을 올릴 두 선수가 결정됐다. 남자부 안성현(14)과 여자부 박서진(15)이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품에 안은 두 선수는 "아마추어 최고 대회 중 하나인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니면 좋겠다. 내 골프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특별한 우승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기도 여주시 세라지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27회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짙은 안개로 1일 최종일 경기는 취소됐지만 남녀부 정상에 오른 안성현과 박서진이 느끼는 감정은 특별했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카카오VX가 공동 주최하고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프로 골퍼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자부 정상에 오른 안성현이 우승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안성현은 단독 2위 최준희를 2타 차로 따돌리고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에서는 합계 18언더파 198타를 적어낸 박서진이 단독 2위 오정연을 7타 차로 제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남자부 우승자 안성현은 지난해 13세 나이로 태극마크를 단 최연소 국가대표이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연소 컷 통과 기록(13세4개월)을 보유한 실력자다. 최연소 기록 제조기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갖고 있는 안성현은 이번 대회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우승 원동력은 보기를 단 1개로 막고 버디를 8개 낚아채며 7언더파를 몰아친 3라운드 경기다. 이날 활약에 힘입어 2타 차 단독 선두가 된 안성현은 최종일 경기가 안개로 취소되면서 우승의 감격을 맛보게 됐다.

안성현은 "사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던 근심을 날려버리게 됐다"며 "가장 큰 수확은 형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다음주 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성재, 김시우 등을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할 유력 선수로 꼽히는 안성현의 장기는 멀리 똑바로 보내는 드라이버 샷이다. 드로와 페이드를 상황에 맞춰 모두 구사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아직 14세에 불과하지만 평균 거리가 280~290m인 장타자다. 전장이 305m로 세팅된 4번홀(파4)에서는 이번 대회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모두 원온에 성공하기도 했다.

안성현은 "드라이버 샷 하나만큼은 프로 선배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가장 잘 치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지체 없이 답할 수 있는 게 드라이버 샷"이라며 "약 한 달 전에 테이크어웨이를 할 때 클럽 헤드를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것으로 바꿨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프로가 된 뒤에도 드라이버 샷이 내 무기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공을 들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매경미디어그룹이 개최하는 MBN 꿈나무 골프선수권대회와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안성현은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만 우승하면 사상 처음으로 MK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안성현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출전권을 받았는데 내 이름을 골프팬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최근 조우영, 장유빈 선배가 우승한 것처럼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성현이 프로 골퍼로서 최종 목표로 삼는 무대는 PGA 투어다. 그는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수없이 많이 상상했다. 그만큼 PGA 투어에 가고 싶다"며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PGA 투어에서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여자부 우승자 박서진이 오른손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여자부 우승자 박서진은 사흘 내내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 9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그는 둘째 날과 셋째 날에도 각각 4타와 5타를 줄이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박서진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기대 이상으로 샷과 퍼트가 잘됐다. 우승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카카오VX 매경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역대 우승자 고진영, 신지애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내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출전권을 받아서다. 생애 두 번째 프로 대회에 출전하게 된 박서진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국가대표 포인트 600점만큼 값진 게 프로 대회 출전권"이라며 "박민지와 이예원, 방신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배들과 맞대결하는 날을 오늘부터 손꼽아 기다릴 것 같다. 컷 통과를 넘어 톱10에 들 수 있도록 내년 대회 개막 때까지 잘 준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프로 골퍼로서 가장 욕심내는 한 가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이다. 박서진은 "7세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단 하루도 빠짐없이 LPGA 투어에 진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하루하루의 노력이 모이면 못 이루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LPGA 투어 우승자 명단에 포함되는 날까지 도전하고 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밝혔다. 그는 "골프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골프가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며 "이왕 시작한 만큼 즐기면서 잘하고 싶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주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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