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변실금 느는데…"낮은 수가에 치료 걸림돌"

백영미 기자 2023. 9. 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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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 전망
변실금 환자의 71%, 65세 이상
[서울=뉴시스]대한대장항문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고령화 시대 열악한 변실금 치료 및 관리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02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 대한대장항문학회 제공) 2023.09.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 비중이 높은 변실금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낮은 수가(진료비)를 개선하고 외출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환자용 공공 화장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변실금은 대변 배출 조절 장애로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가스가 새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대변 덩어리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흘러나오는 심각한 수준까지 증상이 다양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고령화 시대 열악한 변실금 치료 및 관리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02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다.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 비율이 20.6%로 높아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변실금 진료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2년 6266명에서 2022년 1만5434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변실금 환자의 71.3%다. 노인은 항문·직장의 노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항문 수술, 분만, 직장암 치료, 염증성 장질환, 신경 조절 장애 등도 위험 인자다.

강성범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노인들이 겪는 의학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며 “특히 타인에게 알리기 꺼려하는 변실금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고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변실금 자체에 대한 이해가 낮고 증상이 나타나도 오랫동안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실금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5%가 “모른다”고 답했다. 42.6%는 “증상이 생기고 1년이 지난 후 병원을 처음 방문했다”고 답했다. 증상 발현 후 한 달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13.9%에 불과했다.

변실금을 겪으면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변실금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환자들은 ▲외출이 어렵다 ▲냄새가 난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기저귀 착용으로 자존감이 낮아진다 ▲성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변실금은 직장경 검사, 항문 직장 내압 검사, 근전도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바이오피드백, 항문 괄약근 성형술, 천수 신경 조절술, 장루 조성술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낮은 수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건강 보험 체계 개편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변실금 진료 수가는 미국과 일본의 25% 수준으로 매우 낮아 환자에게 기본적인 치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용인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수가 체계로 인해 외과의사 개인의 변실금 환자 진료 열정에만 기대고 있다”며 “초고령 사회에서 필수의료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한 변실금 진료에 대한 정책수가가산 등 실제적인 수가 개선책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변실금·장루 환자를 위한 화장실 개설 등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자들이 공공장소에서 편하게 볼일을 보거나 뒤처리를 하기에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이유다.

변실금 환자와 소수 장애로 소외되고 있는 장루 환자들은 화장실에 장루용 변기나 세척 시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외출 시 이용하는 공공 화장실에 이런 시설이 마련돼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최근 장루 환자들을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대형병원 몇 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 국한돼 있다. 공공시설의 경우 수서역의 다목적 화장실과 대구의 청라언덕역 화장실에만 설치돼 있다. 장루 전용 세척 시설이 설치돼 있는 장애 복지 시설은 경기도 남부 장애인 복지 종합지원센터 뿐이다.

김정하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 회장은 “변실금 환자가 증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대인 기피, 우울 등 정신과적 질환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봉규 한국장루장애인협회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누구든지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변화를 적극 수용해 변실금·장루 환자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도에 ‘배리어 프리 트랜스포테이션(Barrier-Free Transportation)’ 법을 제정해 2000㎡ (약 605평) 이상의 공공건물과 50㎡ (약 15평)이상의 공중화장실의 신축, 증축 및 용도변경 시 장루용 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장애·연령·성별·언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시설물과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대만도 대부분의 대형병원과 타이페이 중앙역 등에 장루용 변기가 설치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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