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명예훼손 중단하라” 홍범도 흉상 이전, 거세지는 반대
육군사관학교(육사)가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을 결정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흉상 이전은 곧 독립운동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육사에 흉상 이전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서대문형무소 가기 시민운동’ 등 독립운동가의 생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겨레하나는 1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서대문형무소 가기 시민운동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여명의 회원들은 홍 장군 등신대 옆에서 독립운동가들의 어록을 적은 손피켓을 들고 “정부는 독립운동가의 업적과 명예를 제멋대로 훼손하는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홍 장군은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군이다. 박정희 정권 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고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독립운동가”라며 “당시 국제정세와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공산당 논란’은 반역사적이며 정권 입맛대로 독립운동가를 사상검열하겠다는 이념놀음”이라고 했다.
육사의 조치로 홍 장군 개인뿐 아니라 독립운동가 전체의 존엄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수정 대학생 겨레하나 대표는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싸운 대부분 독립운동가들의 생이 다시 평가당할 위기에 있다”며 “그 역사를 다시 평가한다는 것은 결국 흠집을 내는 행위이고 결국 의미를 축소한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역사 인식과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견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공’ 칼날이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난도질하며 국가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고 했다. 전지예 청년겨레하나 대표는 “헌법에 명시돼 있듯 우리는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독립운동가가 원했던 나라는 이념놀음으로 갈라치기 하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겨레하나는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을 방문해 역사를 되짚는 시민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독립유공자 단체들도 흉상 이전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시민모임독립 등과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흉상 이전은 반역사적·반국가적·반국민적 시도”라며 “동상을 1cm라도 옮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육사 학교장과 면담에서 흉상 이전 철회 요구를 직접 전했다.
독립유공자 단체와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50년 전 냉전 시대의 이념전쟁과 진영논리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과 이에 동조하는 국방부·보훈부가 육사를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며 “철거해야 할 대상은 독립 영웅들이 아니라 논쟁에 휘말리게 한 정치군인들”이라고 했다.
육사는 전날 교내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했다.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 등은 교정 내 다른 장소로 옮길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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