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홍박사님을 아세요?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9. 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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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박사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우스개가 있었다. 대전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박사님!"이라고 부르면 10명 중 예닐곱 명이 돌아본다는 거였다. 대덕연구단지에 카이스트, 기술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보니 그만큼 박사님이 많이 산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요즘은 "(그쪽도) 홍 박사님을 아세요?"가 먼저 떠오른다. 이 물음에 "어느 홍 박사 말씀이신가요?"라고 되묻는다면 질문자의 의도 파악에 실패한 것이다. "은근 중독성이 있더군요"라든가, "젊은 친구들은 그런 게 재밌나봐요" 정도면 무난한 답변이다. 팔을 접어 살짝 흔들면서 "홍~홍~홍~"이라는 후렴구를 흥얼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슨 의미냐고? 아무 의미 없다. 유튜브 쇼츠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밈(meme)'일 뿐이다.

'홍 박사님을 아세요'는 개그맨 조훈 씨가 '유튜브 부캐(조주봉)'로 만든 짧은 노래 제목이다. 황당한 이야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 우스꽝스러운 춤 동작을 곁들여 공식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다. 동료 개그맨들의 지원사격 덕에 홍 박사 챌린지가 유행했고, 다양한 패러디도 생겼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콘텐츠라 '홍스라이팅'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악플도 많은데, 이마저 화제성을 더해주는 모양새다.

얼마 전에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이 유행했다. 어떤 질문을 받든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MBTI에서 파생된 "너 T야?"라는 밈이 유행 중이다.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고 팩트를 지적하는 사람을 힐난할 때 쓴다. 한국전력은 밈으로 공식 홍보 영상까지 만들었다. "한전 다니는 거 숨겨도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 만나고 싶다"는 허세 가득한 익명 글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다니) 혹시 감전당했나"라는 댓글까지 완벽한 밈이다.

이게 다 뭔가 싶다가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 그런가 보다 한다. 소위 콘텐츠를 만들고 띄우는 방식이 달라졌나 보다 한다. 혹여 이해 안되고 못마땅하다 해도 '불통의 시대'를 풍자하는 익살인가 보다 하면 어떨까 한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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