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홍박사님을 아세요?
요 몇 년 '박사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우스개가 있었다. 대전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박사님!"이라고 부르면 10명 중 예닐곱 명이 돌아본다는 거였다. 대덕연구단지에 카이스트, 기술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보니 그만큼 박사님이 많이 산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다.
요즘은 "(그쪽도) 홍 박사님을 아세요?"가 먼저 떠오른다. 이 물음에 "어느 홍 박사 말씀이신가요?"라고 되묻는다면 질문자의 의도 파악에 실패한 것이다. "은근 중독성이 있더군요"라든가, "젊은 친구들은 그런 게 재밌나봐요" 정도면 무난한 답변이다. 팔을 접어 살짝 흔들면서 "홍~홍~홍~"이라는 후렴구를 흥얼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슨 의미냐고? 아무 의미 없다. 유튜브 쇼츠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밈(meme)'일 뿐이다.
'홍 박사님을 아세요'는 개그맨 조훈 씨가 '유튜브 부캐(조주봉)'로 만든 짧은 노래 제목이다. 황당한 이야기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 우스꽝스러운 춤 동작을 곁들여 공식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다. 동료 개그맨들의 지원사격 덕에 홍 박사 챌린지가 유행했고, 다양한 패러디도 생겼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콘텐츠라 '홍스라이팅'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악플도 많은데, 이마저 화제성을 더해주는 모양새다.
얼마 전에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이 유행했다. 어떤 질문을 받든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MBTI에서 파생된 "너 T야?"라는 밈이 유행 중이다.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고 팩트를 지적하는 사람을 힐난할 때 쓴다. 한국전력은 밈으로 공식 홍보 영상까지 만들었다. "한전 다니는 거 숨겨도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 만나고 싶다"는 허세 가득한 익명 글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다니) 혹시 감전당했나"라는 댓글까지 완벽한 밈이다.
이게 다 뭔가 싶다가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 그런가 보다 한다. 소위 콘텐츠를 만들고 띄우는 방식이 달라졌나 보다 한다. 혹여 이해 안되고 못마땅하다 해도 '불통의 시대'를 풍자하는 익살인가 보다 하면 어떨까 한다.
[신찬옥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집값 3년뒤 더 큰 폭풍 몰아칠 것” 전문가들이 꺼내든 숫자는 - 매일경제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에 브라질서 난리난 음식의 정체 - 매일경제
- “반백년 노예라고? 놓치면 백년 바보 돼”...은행마다 난리라는 이 상품 - 매일경제
- ‘국민연금 보험료율, 0.6%p씩 올려 12~18%로 상향’…보고서 공개 - 매일경제
- “선생님 꿈 접으려고요”…수도권 교대 자퇴생 5년 새 6배 급증 왜? - 매일경제
- [단독]韓 기업인 첫 우크라이나행…원희룡 장관, 재건협력대표단 20여명 동행 - 매일경제
- “하는 일마다 되는게 없네”...최고나라 꿈꾸더니 제조업마저 무너질 판 - 매일경제
- [속보] 부산 폐목욕탕 화재·폭발…소방관·공무원 등 10여명 부상 - 매일경제
- 부산 목욕탕 화재 진압 중 폭발...구청장·소방관 등 17명 중경상 - 매일경제
- “하성과 또 같이 뛸 기회가 오겠죠?” 에드먼의 바람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