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아들 4·19 희생자에 사과, 분열된 국민 화합 계기 삼아야 [사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씨가 1일 4·19혁명 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사과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뒤 63년 만에 이뤄진 이 전 대통령 측의 공식 사과에 4·19 희생자 유가족들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국민 화합의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이씨는 이날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대표들과 함께 서울 수유동 4·19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이 대통령의 아들로서 4·19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오늘 참배가 국민 통합과 화해를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묘역을 참배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4·19 희생자 단체 측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기념사업회 측은 "추후 희생자 단체를 만나 사과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 지배를 겪고 독립한 뒤에도 4·19, 5·18 등 굴곡진 현대사를 겪으며 상처 입은 사람이 많다. 6·25전쟁과 분단은 편가르기를 강요했고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도 예외일 리 없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건국의 아버지'임에도 3·15 부정선거 책임과 4·19혁명 탄압이라는 과(過)에 묻혀 그동안 국부(國父)로 평가받지 못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기초를 세운 공(功)이 있음에도 그에 대한 재평가가 미뤄진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사과와 화해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1965년 사망한 이유도 있다.
당사자들 사후라도 역사적 비극에 대해 가족이 대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은 국민 화해와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탄압에 책임이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도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 단체에 사과한 바 있다. 광주의 '정율성 공원' 사업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여론이 분열된 지금, 63년 만에 이뤄진 이승만 전 대통령 아들의 사과가 국민 화합을 위한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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