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막 논란’ 정정보도 소송...재판부 “촬영 원본 늦게 제출한 것 아니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실패 후 소송으로 번져...재판부 “양측 모두 구체적 내용을 입증해달라”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처음 보도한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이 지난 1월부터 진행되는 가운데, 피고 MBC가 제출 명령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재판부에 촬영 원본을 제출했다.

서울서부지법./뉴스1

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재판장 성지호)는 정정보도청구 소송 3차 변론기일을 열고, 지난 2차변론 기일에 제출 명령한 영상 원본을 제출하는 피고측(MBC)에 “촬영 원본을 너무 늦게 제출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해당 촬영 원본은 종전 기일인 7월 7일 원고가 제출 명령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제출하라고 명령한 파일이다.

재판부가 “미리 제출했으면 원고(외교부)와 재판부가 모두 검토했을텐데 지금 제출하면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하자, 피고측은 “20기가(gbyte) 용량의 파일이다 보니 기술적으로 준비하는 데 늦어졌다”면서 “파일이 크다 뿐이지 영상 자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양측이 지난달 제출한 준비서면에 대해 “새로운 주장은 없고 기존 입장만 정리한 것 같다”며, “이 사건에 대해 피고가 주장하듯이 구체적 문장 표현에 대한 입증책임으로 가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피고가 제출한 영상 파일에 대해서는 “기존 다른 사건과 같이 허위성에 대한 입증이 원고에 있다고 바로 적용할 수 없고, 이제 파일도 있고 하니 원고나 피고가 구체적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증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차 변론기일에 재판부는 MBC 측에 “일반적으로 명확하지 않게 들리는 걸 명확하게 보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MBC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를 마친 뒤 나오는 윤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해 “국회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넣어 보도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 ‘날리면’, ‘국회’는 미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양측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지난 1월 15일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