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공짜점심] 신생아 특공이 출산율 높일까
국토교통부가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공공주택을 특별공급하는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2년 이내 임신·출산한 가구에 공공분양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해 연간 3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이번 대책은 꽤나 파격적이다. 좋은 입지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는 공공분양 물량 상당수를 출산 가구에 주기로 한 건 출산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이 출산율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성'을 방치한다면 저출산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말하는 폭력성은 하나의 정답만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난폭함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도입된 부모 급여나 신생아 특공은 출산에 분명 도움을 주는 제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과 미혼 모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았기 때문이다. 출산 가구가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는 분야는 '주거'와 '교육'일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사실 주거와 교육은 모두 선택 폭이 넓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원에 육박하는 반면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억6500만원에 불과하다. 교육비는 사교육비로 경우에 따라 한 달에 수백만 원도 거뜬히 지출할 수 있지만,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면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적 어려움'은 '서울'에 거주하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데 드는 부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혹자는 "굳이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되고, 학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서울에 살지 않는 삶, 학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에 등기를 치는 것, 자녀를 의대에 보내는 것이 전 국민의 지상 과제이자 성공한 삶의 유일한 정답지가 됐다. 한국의 저출산은 이런 우리 사회의 폭력성에 기인한다.
지난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며 언급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성을 엿볼 수 있다. "웬만하면 서울 가서 살아. 평범하게 사람들 틈에서. 끌어야 되는 유모차를 갖고 있는 여자들처럼"이라는 대사는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평범한 삶의 기준을 명확히 보여준다. 바로 서울에 살며 특정 유모차를 끄는 삶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을 쟁취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비용은 너무나 크다.
대만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 지인은 "한국이 의외로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점이 상당하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고품질 유아용품, 신속한 배달 시스템, 다양한 놀이시설, 단지 내 어린이집 등은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출산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많이 확대돼 외국과 비교해서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유는 "지나친 '비교'와 '경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삶의 정답이 하나인 사회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은 낙오자가 된다. 이런 우리 사회의 난폭함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정부가 아무리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더라도 청년은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김유신 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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