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배 밟아 숨지게 한 남편, 이균용 “살인 고의 증명 안돼” 감형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평소 가정폭력을 일삼다 아내의 배를 여러 차례 발로 밟아 사망하게 한 남편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후보자는 “(아내를) 죽여 버리겠다”는 범행 전후 남편의 발언도 과격한 표현일 뿐, 살인하겠다고 마음먹은 증거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1일) KBS가 입수한 서울고법 판결문을 보면, 2020년 이 후보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A 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했지만, 이 후보자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 혐의만을 인정해 형을 감형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남편이 이 사건 이전에도 아내의 음주를 이유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 등을 때리고 밟는 등의 폭행을 가한 사정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당시에도 남편이 술에 만취해 누워 있던 아내의 모습을 보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원망과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내의 복부를 수차례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남편은 평소 술을 마시면 언행이 거칠어졌던 것으로 보이므로, 지인에게 ‘아내를 죽여버리겠다, 이것 좀 죽여 놓고’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 역시 남편의 분노와 감정의 과격한 표현의 일환일 뿐, 이를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징표로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당시 아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아내가 견딜 수 있을 정도라 착각하고 평소처럼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 볼 여지가 있고, 이와 달리 아내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후보자는 “남편이 아내에게 상해를 가하려는 고의를 넘어, 살해하기까지 하겠다는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파기했습니다.
앞서 남편 A 씨는 아내와 2015년 결혼했습니다. A 씨의 아내는 알콜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고, 혼인 후로도 알콜성 간염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A 씨는 아내의 음주 습관이 맘에 들지 않았고, 아내를 때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는 과거 폭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세 차례 있었습니다.
A 씨는 2019년 2월 지인과 술을 마시다 자신의 아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내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 죽여버려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벽에 돌아온 A 씨는 아내를 깨워 지인과의 언쟁 내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아내는 깨지 않았습니다.
이후 A 씨는 냉장고에 있던 소주 2병이 모두 없어진 것을 발견했고, 자신이 나간 후 아내가 또다시 술을 마셨다는 생각에 화가 나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던 아내의 복부를 무릎을 들어 여러 차례 힘껏 밟았습니다.
당시 남편은 신장 172㎝에 85㎏의 체격이었고, 아내는 163㎝, 56㎏ 정도였습니다.
아내는 장간막과 간, 심장이 파열돼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범행 2시간 전 피해자는 A 씨의 지인에게 “제발 나 좀 때리지 말라고 해주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를 받은 지인은 A 씨가 평소 아내를 때리는 것이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A 씨는 통화 도중 지인에게 “잠깐만 있어봐. 이것 좀 죽여놓고”라고 답했습니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앞서 1심은 “A 씨가 아내의 복부를 발로 힘껏 밟을 때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A 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항소심을 맡아 징역 7년으로 형을 감형했습니다.
검찰과 A 씨는 모두 상고하지 않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지난달 30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57개 여성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에 대해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왔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12살 아동을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미성년자의제강간·아동복지법 위반)를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으로 감형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쪽은 입장문을 내고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기준을 참고해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형량을 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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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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