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택 계약금 비율·대출 금리 인하…잇단 부동산 대책 약발 먹힐까
중국 당국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 구입시 최초 불입금(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조치를 내놨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완화 등 잇단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분석이 엇갈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과 함께 지난달 31일 ‘주택신용정책 최적화’와 ‘최초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고 CCTV 등이 1일 보도했다. 양 기관은 통지에서 첫 번째 주택 구매자의 계약금 비율을 20%로 통일하고, 두 번째 주택 계약금 비율은 30%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주택을 구입할 때 일시불로 먼저 내야 하는 계약금 비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계약금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주택 구매자들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중국의 주택 계약금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상당 수 대도시는 그동안 신규 주택 계약금을 30% 이상으로 설정해 왔다. 두 번째 주택 구매의 경우 계약금을 최대 80%로 설정해 놓은 곳도 있다. 예컨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경우 기존에 두 번째 주택 구입시 계약금이 40%로 설정돼 있지만 관련 조치가 시행되면 계약금 비율이 30%로 낮아진다.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계약금 인하에 대해 “부동산 시장 수급 상황 변화에 따라 주택 수요를 더 잘 충족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기관은 최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 방침도 밝혔다. 기존 대출자가 금융기관에 이자율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금융기관은 대출자가 요구하는 경우 자율적 협의로 금리를 결정하고 신규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하한선을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보다 20베이시스포인트(0.2%) 높게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LPR보다 0.6% 높게 유지돼 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금리가 0.4% 낮아지는 셈이라고 중국경영보는 설명했다.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계약금 비율과 금리 인하 조치가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번 통지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도 현재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최초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납세자가 기존 주택을 팔고 1년 안에 다시 집을 살 경우 이미 낸 개인소득세를 환급해주는 조치의 적용 시점을 올해 말에서 2025년 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 국영은행들도 정부 조치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대형 국영은행들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0.25% 낮췄고, 일부 중견 은행들도 금리를 0.1∼0.25% 인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자 당국이 시장 활성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켈빈 람 판메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전체적인 패캐지는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며 “(시장) 안정화 조치로 신뢰가 더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 정부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카를로스 카사노바 UBP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의 조치에 대해 “매주 새로운 것이 나오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다”면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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