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역전세난’ 걱정했는데… 전셋값 상승에 9월 위기설 잠잠
전세가격 상승세·매물 감소로 ‘9월 위기설’ 조용
하반기 입주물량·2년 전 대비 더딘 가격 회복 등 변수
올 초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나오면서 ‘9월 위기설’이 대두됐지만 최근 시장 흐름이 반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역전세난은 과도한 우려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서울의 하반기 입주물량이 아직 남아있고 4분기가 역전세난의 ‘피크’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6주 연속 올랐다. 8월 5주 기준 상승률은 0.07%로, 수도권과 서울은 각각 0.14% 상승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저가 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거래가 발생, 서울 전체 전세가격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 전용면적 84.83㎡는 지난 7월 12억1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올해 1월 10억원에 거래된 데 비해 2억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의 전셋값은 올해 1월 6억원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이달에는 11억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역전세난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역전세난 우려는 전세가격이 하락해 집주인들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커져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전세가격이 계속 오름세라면 돌려줄 보증금을 다음 세입자로부터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려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특히 전세시장에서 9월 역전세난 위기설이 커졌던 이유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보증금이 고점(6억2000만원대)을 기록한 시점이 지난 2021년 9월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전세 만기가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9월이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올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역전세 물량과 보증금 미반환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관측돼왔다.
정부는 이 같은 역전세 우려에 대비해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만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안을 내놨다. 최근 대출금리도 하락한 영향으로 9월 위기설을 피해갔다는 분석이다.
전세사기 우려로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지고, 이미 가격이 하락한 전세매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아파트 전세 매물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9월 위기설이 잦아드는 이유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서울 전세 매물은 5만5000건대까지 증가했다. 최근에는 3만건대 초반으로 매물이 크게 줄었다. 이러다 역전세난이 아니라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전세난이 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전세난이 하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측 근거도 여전히 남아있다. 9월 수도권 집들이 물량은 9000여 가구로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4분기로 보면 약 4만6000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특히 강남 개포동에서는 6702가구 규모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업계에서는 역전세난 현상이 지역별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또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올랐던 전세가격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년말이나 전월에 비해 전세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역전세난은 2년 전 가격과 비교해야한다”며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는 고점 계약이 많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백광제 수석연구원도 “9월은 서울 주요 지역의 신규 입주 전세 영향, 수도권 양도세 면제 대기 매물들이 증가하는 시기”라며 “정책금리에 따른 낮은 대출금리, 규제 완화 등에도 중심지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연쇄 이주와 역전세난 위험 확대 때문에 하반기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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