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정상수업 어렵다···체험학습 써달라” 다수 초등학교 단축수업·합동수업 예고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인 오는 4일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전국의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정상수업이 어렵다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내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학교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밝히면서 재량휴업(임시휴업)이 어려워졌고, 징계를 불사하고 출근하지 않는 교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요일 학교 현장이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의 다수 초등학교들은 돌아오는 월요일인 4일 단축수업·합동수업 등을 운영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최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교육당국의 중징계 방침에도 불구하고 당일 상당수의 교사들이 연가·병가를 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교육당국은 물론 학교 차원에서도 교사들이 몇 명이나 자리를 비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재량휴업을 결정한 초등학교는 모두 30곳이다.
인천 A초등학교는 전날 가정통신문을 통해 “9월4일 재량휴업일 지정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80%가 찬성했고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도 얻었지만 교육부 지침에 따라 재량휴업을 실시하지 않고 모든 학년을 4교시로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서울 B초등학교도 “임시휴업을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교육부 지침에 따라 임시휴업일 지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선생님들의 근무상황에 대해 학교에서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단축수업을 결정하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경기도 C초등학교는 “선생님들의 대부분이 (연가·병가에) 동참할 예정이라 소수의 선생님들과 강사, 학부모님들로 등교하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학교장 허가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등교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초등학교도 상당수였다. 교사 공백이 클 것으로 예상돼 합동수업이 불가피한 만큼 등교 인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교장 허가 교외체험학습은 현장체험학습이나 친인척 방문, 가족동반 여행 등을 목적으로 학교장 허가를 받아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서울 D초등학교는 “여러모로 학생 지도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며 교외체험학습을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
원래 교외체험학습은 3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당수 학교들이 등교를 줄이기 위해 사후 신청도 받아주겠다고 했다. 서울 E초등학교는 “현실적인 문제로 돌봄이 어려운 가정을 제외하고 가능하시다면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교외체험학습을 희망하나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화요일에 등교하는 학생 편에 신청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주말 동안에도 진행된다. 전국 교사들은 2일 국회 앞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를 연다. 교사들은 지난 7월2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과 국회 앞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왔는데, 7차 집회인 이날은 역대 최다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교사를 제외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32만4004명 중 88.1%가 교육부의 교사 징계 예고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8%가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교사운동은 “징계 예고로 학교가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으며 이 혼란과 분열의 책임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을 징계로 막아선 교육부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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