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연세가 90세, 89세, 81세…'30초간 멍~' 美 고령 정치 논란

윤세미 기자 2023. 9. 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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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정치인들의 많은 나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정치인들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CNN은 미국 정치권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게 기성 정치인들이 물러나는 것을 거부해 새로운 세대 정치인들의 부상을 가로막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들을 밀어낼 만한 재능과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 부족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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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0일(현지시간)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약 세달 동안 대상포진과 합병증 치료를 마친 뒤 의회에 복귀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올해 90세다./AFPBBNews=뉴스1

#올해 81세인 공화당 상원 1인자 미치 매코널 의원(공화당, 켄터키)이 8월30일(현지시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던 중 갑자기 말을 잃은 채 얼어붙었다. 경직된 표정으로 30초 동안 실어 상태에 빠졌고 보좌관의 개입으로 질의응답은 잠시 중단됐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터다. 올해 3월에는 호텔에서 넘어져 뇌진탕과 갈비뼈 미세골절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4월에 업무에 복귀했다. 의회 주치의는 그가 정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지만 우선 원내대표직이라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90세로 미국 내 최고령 현역 상원의원인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당, 캘리포니아)은 올해 초 대상포진으로 세 달 가까이 입원했다가 5월에 의회에 복귀했다. 부쩍 쇠약해진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은 그는 한쪽 눈을 거의 뜨지 못한 상태였다. 대상포진이 얼굴과 목으로 퍼져 시력과 균형 장애 등의 합병증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 그가 동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회의나 전화내용을 잊어먹는 등 기억력 감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건 워싱턴 내 정설로 통한다. 계속된 사퇴 압력에도 그는 과거 고령의 남성 의원들에겐 그런 요구가 없었다며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는 성차별이라며 맞선다. 선거에 다시 나서진 않겠지만 내년 말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정치인들의 많은 나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사자들은 직무 수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공식 석상에서조차 불안한 건강 상태를 숨기지 못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우려가 적지 않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정치인들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하원의원은 다수가 70대이며 평균 연령은 65.3세로 역대 하원 가운데 가장 높다. 상원의원 평균 연령은 64세다. 매코널과 파인스타인 외에도 척 글리슬리(89), 버니 샌더스(81)가 80대 상원의원이다. 물론 이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 없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7월2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말을 하던 중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실어 상태에 빠졌다./AFPBBNews=뉴스1

CNN은 미국 정치권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게 기성 정치인들이 물러나는 것을 거부해 새로운 세대 정치인들의 부상을 가로막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들을 밀어낼 만한 재능과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 부족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고령화가 기술 및 의학 발전의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다보니 유권자와 정치인의 평균 연령도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권자들이 공직자들에 대한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나단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의학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매코널 의원의 경우 개인적으론 안타깝지만 상원의원이라는 위치는 그가 유권자에게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직책이 높을수록 정보의 투명성도 중요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에서 자리로 돌아가던 중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지자 경호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와 바이든 대통령을 일으키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런 분위기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다. 올해 80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재선 도전에서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AP통신의 최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7%는 바이든 대통령이 4년 더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서도 69%나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가뜩이나 그는 말실수가 잦고 잘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끊임없이 건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말이나 행동의 작은 실수도 고령으로 인한 신체 혹은 인지능력 저하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공화당과 보수언론이 이 같은 의혹을 더 부채질한다. 내년 대선에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세로 바이든 대통령과 3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가 너무 많다고 우려한 응답자는 50%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임기 제한이나 인지능력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받아들여달라고 호소하면서, 75세 이상 정치인엔 인지능력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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