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스토리]코닝, 한국 '2조 추가투자' 약속한 배경

백유진 2023. 9. 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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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 50주년 기념 15억달러 추가투자
한국을 공급망 허브로…'삼성과의 인연 눈길'
3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진출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미국 특수소재 기업 코닝이 한국 투자 50주년을 기념해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구부러지는 유리)' 생산 기지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종주국인 한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한국을 벤더블 글라스의 '글로벌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인데요. 코닝은 이를 포함해 약 2조원(15억달러)을 한국 시장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익숙하고도 낯선 '코닝'

사실 코닝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고릴라 글라스'는 어떤가요. 아마 스마트기기에 관심이 있다면 조금은 익숙하게 들릴 텐데요. 고릴라 글라스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커버 유리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의 스마트폰에 장착돼 있죠.

코닝은 지난 2007년 모바일 기기용 고릴라 글라스를 개발했는데요. 현존하는 모바일 글라스 중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죠. 코닝이 가장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은 고릴라 글라스를 통해서였지만, 사실 코닝의 역사는 17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닝은 1851년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서 설립됐습니다. 172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닝은 디스플레이, 모바일, 소비자 가전, 자동차, 광통신, 바이오테크 등 여러 분야의 산업 성장을 도왔는데요. 

대표적으로는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에 사용된 유리도 코닝의 제품이었고요. 1939년에는 브라운관의 TV 유리를 개발해 TV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또 1970년에는 세계 최초 저손실 광섬유를 개발해 오늘날 통신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죠.

특히 코닝은 지난 50년 동안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번 투자는 앞서 발표한 15억달러 투자의 일환인데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코닝은 15억달러 투자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워싱턴 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코닝은 지난 50년간 한국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수천 명의 고용 창출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앞으로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죠.

지난달 3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진출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코닝 제공

코닝의 한국 '찐사랑'

코닝 측은 이번 생산시설 구축에 투입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아산에 위치한 코닝정밀소재에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 제조를 위한 차세대 생산라인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습니다. 아산 공장에서 생산된 벤더블 글라스는 올해 출시된 갤럭시Z5 시리즈에 일부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생산 시설은 벤더블 글라스 전 공정을 자체 소화하는 '세계 최초 완전 공급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코닝 측 설명입니다. 벤더블 글라스 소재의 △용해 △성형 △가공 △최종 생산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통합공급망을 구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는 것이죠.

웍스 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한국 진출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라스를 변형해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전 세계 고객사로 보내는 모든 과정을 한국에서 진행하려 한다"며 "지금은 아주 작은 것(모바일)에서 시작해 더 큰 사이즈로 진화하게 될 것이고, 기술이 더 개발되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가 구현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코닝은 향후 5년 동안 첨단 소재 개발과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 투자할 계획인데요. 코닝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 투자에 진심인 기업입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웍스 회장은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윅스 회장은 "코닝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불러왔다"며 "지난 5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코닝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맺은 약속과 한국 인재에 대한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코닝의 최대 규모 생산시설이 한국에 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하는데요. 코닝은 1996년 충남 아산에 최초의 한국 LCD 기판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코닝의 자산 중 최대 규모의 생산 시설로 자리매김했죠.

'오랜 벗' 삼성과의 인연

코닝의 한국 사랑은 삼성과의 협력에서 비롯됐습니다. 코닝은 삼성과 오랜 인연이 있는데요. 코닝은 1970년대 초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제안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죠. 윅스 회장은 "당시 많은 이들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이병철 회장은 삼성과 함께 코닝이 한국 땅에서 소비자 전자 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코닝은 코닝정밀소재, 한국코닝(주) 등 두 개의 자회사와 테크놀로지 센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래스를 통해 한국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코닝정밀소재의 경우 1995년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전신입니다. 코닝이 2014년 지분 100%를 취득해 코닝정밀소재로 재탄생한 것이죠.

1일 충남 아산시 코닝정밀소재에서 열린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축사 후 웬델 윅스 코닝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영상=코닝 제공

특히 윅스 코닝 회장은 이재용 회장을 두고 '오랜 벗'이라고 칭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웍스 회장은 "50년 동안 구축한 파트너십은 이제 유산으로 자리 잡게 됐고, 이 유산은 코닝의 선대 회장 가문인 호튼 가문과 삼성과의 우정에서 시작했다"며 "이제 저의 오랜 벗이나 훌륭한 리더인 이재용 삼성 회장과 제가 함께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 코닝이 성공을 거둔 중요 요소로 '이재용 회장의 현명함과 전략적인 인사이트,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을 꼽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선견지명으로 시장 트렌드가 변화했고, 한국의 LCD 패널 시장에만 맞춰져 있던 코닝의 초점을 전환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이제는 역량을 발휘해 전 세계 다양한 엔드마켓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이날 충남 아산시 코닝정밀소재에서 열린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도 코닝과의 친분을 드러내며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이 회장은 "삼성과 코닝이 함께해 온 과거 50년은 놀라운 모험과 눈부신 혁신의 역사였다"며 "코닝의 우정어린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수많은 혁신 제품과 기술로 전 세계인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죠.

1일 충남 아산시 코닝정밀소재에서 열린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코닝 제공

폴더블 미래 함께 그린다

폴더블 시장에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글라스는 UTG(초박막강화유리)가 대세입니다. 현재 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코닝도 벤더블 글라스를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녹록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향후 아산 생산시설에서 생산이 본격화되면 코닝의 글라스가 폴더블폰에 탑재되는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겠죠.

특히 코닝은 내년 말부터 가변두께글라스(VTG) 기술을 적용한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까지 양산할 예정입니다. VTG는 접히는 힌지 부분에는 얇은 유리를 적용하고, 힌지 외의 부분에는 두꺼운 유리를 적용하는 기술인데요. 바깥쪽에는 두꺼운 유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이고, 힌지 부분에는 얇은 유리를 적용해 잘 접힐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코닝은 VTG 기술을 적용한 글라스가 기존 제품 대비 손상 내구성이 2~3배가량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기술을 채택해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할지는 코닝의 고객사의 몫입니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유력한 후보겠죠.

웍스 회장은 "벤더블 글라스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앞으로 나아갈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는데요. 앞으로 코닝이 폴더블 종주국인 한국에서, 폴더블 선두주자 삼성과 함께 가져올 혁신이 궁금해집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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