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두고 교육주체들 반목...교권 보호 vs 학습권 침해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교육부와 교육청이 추모집회 참석을 못하게 교사들에게 엄포를 놓는 모습이 악성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와 다를 게 뭐냐."
중등교사인 A씨는 오는 9월 4일 '서이초 사건'으로 숨진 교사의 49재에 예고된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집회에 교원 참여를 불허한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에 대해 "교사들의 마음을 잘 못 읽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여러 형태로 교권 침해를 당해왔던 선생님들이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처음으로 자기 생존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얼마나 많이 억눌려왔으면 명예심 높고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교사들이 절규에 가깝게 살려달라고 외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교권 침해로 인해 상처 입었던 교사들의 울분이 컸던 만큼 그 마음을 심정적으로 잘 헤아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런데 교권 회복이 지금 당장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 마치 선생님들이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 마냥 몰아세우면 교사들은 또 다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으로 숨진 초임교사 49재에 맞춰 전국 다수의 교사들이 참여를 예고한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집회를 둘러싸고 교육주체 간 반목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이끌고 있는 일부 시도교육청은 해당 추모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에게 강경하게 참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교사들은 역대 가장 교권 보호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달라진 기류에 실망감을 나타내며 조속한 정책 현실화를 촉구하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중심으로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9월 4일에 추모의 의미로 학교 차원의 재량휴업을 실시하거나 교사가 개인 연가를 소진해 '공교육 멈춤의 날'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추모집회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학교가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위해 임시휴업을 하거나 교사가 연가·병가를 쓰는 것은 위법하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례가 나오면 학교현장의 학사운영과 복무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만일 위법한 행위가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다.
이번 추모집회를 놓고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상반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교직원들에게 서한문을 통해 "교권을 위해 학생수업을 멈추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선생님들께서는 학교를 떠나지 마시고 학생 교육에 전념해달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육부가 교사들의 절규를 불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접근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정당하게 가르칠 권리, 제대로 배울 권리를 찾겠다는 다짐과 제대로 추모하겠다는 교사의 마음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추모집회 참석 자제령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다.
경기교사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교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나선 공교육 멈춤이라는 강경한 대응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장의 절박함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사적인 대책을 하루 빨리 내놓는다면 현장은 징계 협박으로 내리누리지 않더라도 현장은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38개 초·중·고 교장들은 1일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 기자실에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을 지키는데 학교장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9·4공교육 멈춤의 날 동참 의사를 전했다.
교장들은 "교육부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며 교장과 교사들을 향한 징계 협박을 중단해야 한다"며 "학교장들은 교사들의 행동을 지지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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