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현대인에 던지는 1500년 전 집중법
수면욕·성욕 절제…거세하기도
세상과 단절하며 방해요소 차단
고행자 시므온 돌기둥 위에서
37년간 머물며 기도에만 몰두
현대인들은 자신이 점점 산만해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세상의 소음은 가속도가 붙은 듯 커져만 가고 현실의 온갖 재미난 일들이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저자 제이미 크라이너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신간 '집중력 설계자들'에서 "1500년 전 중세인들도 산만함에 시달렸다. 인간은 본래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라고 말한다. 다만 그에 따르면, 지금처럼 산만했던 중세 초기에도 '집중의 고수들'은 있었다. 다름 아닌 수도사였다. 잠깐의 졸음조차 용납하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금욕을 실천했던 수도사에겐 현대의 산만함을 없애줄 힌트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책 '집중력 설계자들'은 그 지점을 파고든다.
중세 수도자들은 산만함을 '방황'이라고 표현했다. '지나치게 관심을 끄는 것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는 의미였다. 집중을 위한 첫 번째 결단은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시리아의 고행자 시므온(390~459)은 돌기둥 꼭대기에서 살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돌기둥 위에 머물렀다. 그는 동물 가죽을 뒤집어쓰고 금식하며 명상하고 기도했다. 고문헌에 따르면 그가 돌기동에서 거주한 기간은 '37년'이었다. 시므온에게 집중은 곧 '구원'을 의미했다.
소유 자체를 포기한 수도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의 것(mine)'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복음서(성경)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독존(獨存)을 최고 가치로 여겼지만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죽음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수도원은 상대의 집중을 격려하는 동시에 자신의 산만함을 감시받는 최적의 장소였다. 수도자의 일과를 강제하는 '베네딕트 수도 규칙' '수도자들의 임무' 등은 생활과 집중을 병행하려는 시도였다.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고 저녁 6시에 잠자리에 드는 하루가 계속됐다.
수도사들은 수면욕과 성욕 등 욕구도 절제해야 했다. 뒤로 젖혀지는 의자에서만 자거나 천장에 매단 밧줄을 겨드랑이에 묶고 자기도 했다. 3세기께 이집트의 한 사막 교모(사막에서 생활한 한 수녀)는 몸 씻는 일을 금기로 삼았다. '몸을 씻으면 영혼이 더러워진다'는 논리였다. 남성 중에서는 심지어 거세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기를 채찍질해 그들은 고통 안에 거했다.
수도사들의 명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인 자신의 모습'까지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집중하는 사람은 자기 관점을 자기 밖으로 끌어내야 했다"고 저자는 쓴다.
산만한 세상과 단절하는 일은 1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직관적인 선택지다. 혼자 해낼 수 없는 집중을 위해 타인의 감시를 일부러 택했던 수도사의 수도원처럼, 현대의 템플 스테이나 유튜브의 '공부 브이로그'도 집중을 위한 필연적인 단계라고 책은 말한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규칙과 질서에 자신을 맡기고, 욕구를 절제했던 1500년 전 삶 어딘가에 현대인이 교훈으로 삼을 만한 집중의 한 방식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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