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 돌이킬 수 있나”···질문에서 답을 찾다[책과 삶]

임지선 기자 2023. 9. 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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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하는 민주주의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 324쪽 | 1만8000원

여러 분야 엘리트 집단 가운데 정치 엘리트가 전체적으로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멀쩡하던 사람도 여의도만 가면, 정치에 발만 담그기 시작하면 이상해진다’는 생각은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한국 사회 ‘상식’이다. 저자는 “꼭 해두고 싶은 말”이라며 정치인이 행정·법률·시민운동 어느 엘리트보다도 낫다고 했다. 소화해야 할 일정으로 따지면 기업의 중역들보다도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판단으로 정치를 문제로 만드는 국회의원은 한 50명쯤. 한 집단에서 6명 중 1명이 문제이고, 나머지 5명이 성실하다면 괜찮은 집단이라는 주장이다. <혐오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힘과 정치인이 지닌 가치를 믿는 저자가 써내려간 한국 정치 ‘소생법’이다.

책은 “총만 안 들었다 뿐 내전 상황”이나 다름없는 팬덤정치 궤적을 좇아간다. 저자는 ‘팬덤정치를 돌이킬 수 있을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는지’ ‘어떻게 변화가 시작될지’ 등 질문을 통해 풀어간다.

친박, 친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들’, ‘이대남’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정치 외곽에서 팬덤으로 대통령까지 이른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논란까지. “이론에도 없는 특이한 현상”인 팬덤정치를 두고 저자는 ‘팬덤’과 ‘정치’는 띄어 쓰는 용어가 아니라 붙여 쓰는 보통명사가 됐다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팬덤정치의 기원이다. 저자는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시작 지점으로 봤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선이 지켜졌는데 박근혜 정부 때부터는 그렇지 않았고, ‘친박’은 이어 ‘친문’을 낳았다고 했다. 파벌을 통해 당을 지배하고 대통령으로 더욱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팬덤정치가 잉태됐다는 것. 특히 유권자 절반의 절반을 상대하는 ‘반쪽 정치론’을 펼친 이재명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이후, ‘혐오’가 정치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좌·우파 포퓰리즘처럼 이념적 특징도, 계층적 기반도 없다는 팬덤정치는 ‘중도화’로 해결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변화를 시작해야 할 지점은 ‘시민’이 아니라 ‘정당과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시민을 바꿔 좋은 정치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들고 사나운 정치가 사나운 시민을 만든다는 점을 더 중시해야 한다.” ‘정치를 정치답게 하자’는 책이다. 팬덤정치에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이라면, 한국 정치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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