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 맏형 오진혁의 금빛 각오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한국 양궁의 ‘맏형’인 오진혁(42·현대제철)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아시아 최고를 가리는 이 무대에 어느덧 4번째 참가하는 그는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고 곱씹었다.
오진혁은 1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2023 컴파운드 남자 16강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깨 치료를 병행하며 훈련하고 있는 나날이 나빠지는 걸 느낀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궁사 오진혁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진혁은 “은퇴는 확답은 못 드리겠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는 끝났다. 분명한 것은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최종 결정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돌아와서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인 오진혁은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태극마크를 지켰다. 2021년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
오진혁은 첫 출전이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 금메달의 기쁨을 누렸으나 2014년 인천 대회에선 개인전 금메달과 달리 단체전은 동메달에 그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도 단체전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오진혁은 “한국 양궁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남자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한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화려한 마무리를 위해 아픈 어깨를 달래며 시위를 당긴다. 그는 “자세와 기술을 바꾸다보니 예전보다 디테일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큰 근육을 사용해서 쏘다보니 꾸준히 고득점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 부분이 아쉽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지금 잘하고 있으니 잘하는 부분만 신경쓰자고 조언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 태극마크의 무게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진혁은 자신이 포기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에 선정된 박인비(35)를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진혁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파리 전지훈련에 참가하느라 IOC 후보 선정 면접을 포기한 바 있다.
오진혁은 “IOC 선수위원 후보에 도전을 해봤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경험이었다”며 “박인비 선수가 꼭 한국 선수들을 대표해 IOC 선수위원이 됐으면 좋겠다.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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