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박에 물러남 없었다 위기때 드러난 실적株의 저력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9. 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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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테마보다 실적…매출 잇달아 뛴 기업 주목

물가·비용 상승(인플레이션)을 이기는 것은 '테마주'가 아니라 '실적주'다. 최근 '맥신'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로 이어지는 테마주들이 주목받았다. 설익은 정보에 적당한 테마를 얹어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실제 많은 투자자가 이런 테마의 위력에 혹하면서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옥석이 가려졌고 많은 투자자의 후회를 낳았다. 무엇보다 테마주들은 실제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미래 매출 기대감만 쌓이지 실제 매출이 없다. 한때 반짝했다가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작년 4분기 이후 계절적 영향을 무시하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장사야말로 투자자들에게 실적주로서 매 분기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이젠 테마보다는 실적을 볼 때'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기존의 탄탄한 매출에다 신사업이나 새 시장을 통해 새로운 매출까지 내고 있다면 투자자에게는 금상첨화다.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효성티앤씨, 풀무원, 에스원과 같은 기업이 이러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들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더 먼저, 더 많이 넣는 투자자들이 향후 '투자게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월 28일 기준 3분기(7~9월)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는 258곳이다.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는 이들 중 올해 1~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계속해서 증가한 곳을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이 같은 기준은 가혹한 편이다. 분석 대상 258곳 중 3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상승한 곳은 9.3%(24곳)에 그쳤다. 3분기 예상 매출 기준으로 1위는 매번 그렇지만 삼성전자(67조6361억원)다.

매출 '톱10'에서 올해 매출이 3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한 곳은 포스코홀딩스 한 곳뿐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분명 철강회사지만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2차전지 소재와 식량 등 비철강 사업에서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자회사의 실적이 연결되는데 양극재·음극재·전구체 등을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 에너지부터 식량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포스코인터내셔널 매출이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매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에코프로와 함께 실적주이면서 테마주의 성격까지 갖춰 주가가 단숨에 폭발한 것이다. 올해 들어 8월 28일까지 주가는 118%나 급등했다.

'제2의 포스코'는 어디서 나올까. 효성티앤씨가 후보군 중 하나다. 오너가 직접 챙긴다는 점에서 신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바이오연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8월 조직개편으로 'HVO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HVO는 수소화 식물성 오일을 뜻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항공기에 친환경 연료를 넣으라고 강제하고 있다. 2년 후엔 항공유의 2%를 HVO나 바이오디젤과 같은 친환경 연료로 채워야 한다. 이 의무 비율은 2050년 7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이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효성티앤씨가 사업 조직을 새로 만든 것이다. 조 회장은 효성그룹의 소재 3사(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중 유일하게 효성티앤씨 사내이사로 자신의 이름을 올릴 정도로 진심이다.

효성티앤씨의 주력 사업은 '화학섬유'다. 스판덱스·나일론원사·폴리에스터원사 등을 생산하는데 스판덱스는 세계 1위 제품이다. 지금까지 매출은 화학섬유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나왔다면, 앞으로는 '무역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연료 사업에서 새 매출을 내겠다는 의지다. 기존 사업에서 버텨주면서 신사업에서 대박이 나는 '포스코 코스'를 밟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작년 4분기 1조8111억원의 매출은 올 1분기 1조8611억원, 2분기 1조9293억원으로 묵묵히 증가했다. 올 3분기엔 2조51억원으로 2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4.5%로, 눈에 띄진 않지만 작년 3분기 1108억원의 적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다.

올해 들어 외국인(299억원)과 기관(625억원)이 쌍끌이 순매수를 보이는 것은 바이오연료 등 신사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가는 올해 오르지 못했는데 이유는 부족한 현금 탓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141억원이다. 효성티앤씨 시가총액(8월 28일 현재)은 1조4065억원으로, 현금 대비 시총은 12.3배다. 통상 10배 이하를 저평가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풀무원도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의 친환경 식품 이미지를 미국에서 확대하고 싶어한다. 1983년 풀무원 '사원 1호' 입사자 이효율 대표가 이끄는데 이름처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시장이 큰 미국으로 매출을 넓히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일본·중국·베트남 등 8개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이 중 미국이 해외 매출의 65%를 책임진다. 미국법인은 두부와 면류(아시안누들)를 중심으로 판매가격 인상과 내부 원가 절감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풀무원 측은 자사 두부가 미국 내 점유율 1위라고 밝혔다. 식물성 단백질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단가 인상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소비자 트렌드가 단기 주가 테마로 이어지기도 했다. 풀무원 주가는 8월 24일 5.6%, 25일 6.1%, 28일 3.9%씩 올랐는데 풀무원이 두부 주원료인 콩 품질을 상향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이 깊다.

본격적인 장수시대를 맞아 탄수화물을 줄이고, 두부 등 단백질 섭취를 늘리려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두부의 힘'으로 미국법인 매출은 올 상반기 기준 2022년 상반기 대비 22% 증가했다. 일본에서도 두부 상품(두부바)이 잘 팔리고 있다.

풀무원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1조4854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작년 4분기 7274억원이던 매출은 올 3분기 8150억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올 3분기 예상 영업이익률은 2.7%로, 이익률 개선이 관건이다. 극심한 경쟁 체제인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판가 인상을 통해 이익률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풀무원은 효성티앤씨와 비슷한 수준의 현금성자산(1173억원)을 보유 중이다. 시총은 낮은 편이어서 현금 대비 시총은 3.8배에 그쳐 저평가 매력이 남아 있다.

풀무원처럼 꾸준한 실적을 내는데 건강식품 테마에 묶인 것처럼 매출이 꾸준한 에스원 역시 뜻하지 않은 '살인예고 테마'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흉기 난동과 온라인에서 범죄 예고 글이 횡행하면서 에스원과 같은 보안 주식이 단기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에스원은 물리보안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상장사다. 물리보안이란 주요 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각종 재난과 재해, 범죄 등을 방지하는 데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에스원 지분은 21%에 달한다. 그만큼 삼성그룹 내 물리보안 매출을 독점했다는 뜻이다. 작년 매출의 36%가 삼성그룹에서 나왔다. 올해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1.76배로 저평가 영역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외부 일감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 매출을 기반으로 외부 보안 일감을 가져온다면 실적과 주가가 동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원 보유 현금은 2169억원이고, 현금 대비 시총은 9.7배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79억원, 5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8.6%로 예상된다.

준수한 이익률과 함께 배당수익률도 짭짤하다. 올해 들어 주가가 다소 하락하면서 배당수익률이 4.52%까지 올라갔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다. 다만 최근 3개년(2020~2022년) 주당 배당금이 2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배당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준다면 주가 탄력 강도는 거세질 것이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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