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엽' 위안화 가치에···외화지준율 2%P 인하
160억弗 풀어 위안화 하락 방어
계약금 등 주택 구매요건 완화
주담대 금리 낮춰 유동성 제고
베이징·상하이도 주담대 규제완화
부동산개발업체 '채무초과' 위기
무디스, 비구이위안 등급 또 강등
급속한 경기 둔화 와중에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맞은 중국이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와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 등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불길 잡기에 나섰다. 시중에 달러를 풀어 위안화 가치를 올리고 소비자의 주택 구매 요건을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일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 지준율을 이달 15일부터 기존의 6%에서 4%로 2%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외화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외화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외화 지준율은 2006년 수준으로 떨어지고 시장에는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의 외화 지준율 인하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당국의 조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고꾸라진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는 등 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강세에다 중국 수출 부진 및 투자심리 회복 지연 등과 맞물려 최근 약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발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주택 구매 요건 완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계약금 비중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 등으로 구매 부담 및 요건을 낮춰 더 많은 돈이 시장에 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관리감독총국이 공개한 조치를 보면 이달 25일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의 ‘다운페이먼트’ 비중은 20%, 두 번째 구매자의 경우 30%로 제한된다. 다운페이먼트는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고 현금으로 내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이 비중이 낮을수록 구매자의 부담도 줄어드는데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는 다운페이먼트가 최대 80%(생애 첫 구매가 아닌 경우)까지 오르기도 했다. 생애 첫 구매 주택의 경우 주요 대도시에서 다운페이먼트 비중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도 요청해 주요 대형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및 예금금리 인하 공지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베이징과 상하이 시 정부는 1일 주담대 규제를 완화했다. 이전에 주담대를 받았던 사람이라도 현재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택 구입자는 더 적은 계약금만 내도 되고 저금리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광저우와 선전도 주담대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과 위안화 지지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두고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즈호은행의 외환전문가 켄 청은 지준율 인하와 관련해 로이터에 “외화 지준율 인하는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위안화 약세 국면을 뒤집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행보는 경기 둔화 국면에 터진 부동산발 리스크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긴급 조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상위 10개 부동산 개발 업체와 헝다그룹의 재무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들 11개사가 보유한 개발용 부동산은 6조 3500억 위안(약 1157조 원)으로 자산 총액 12조 3000억 위안(약 2237조 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 시 노출될 수 있는 위험도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닛케이는 이들의 부동산 평가액이 32% 하락할 경우 보유 재산으로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3단계 낮췄다. 지난달 10일 ‘B1’에서 ‘Caa1’으로 3단계 내린 뒤 20여 일 만의 하향 조정이다. Caa1은 신용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 Ca는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채무 불이행 임박 수준을 의미한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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