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2시간만 받겠다는 이재명에…국힘 “나들이 소풍 가나”

[레이더P] 李소환 일정 놓고 ‘기싸움’
野 “4일 오후엔 일정 있어”
檢 “2시간 만에 조사 못해”
文, 李대표에 격려전화
“尹정부 폭주 … 단식 염려”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23.9.1 [김호영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며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1일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4일 출석해 오전에만 조사받겠다는 뜻을 거부한 검찰을 비판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게 4일 조사받을 것을 통보한 바 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이 원하는 대로 조기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검찰이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직 정치 수사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 외에는 다른 해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강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 출석하겠다”며 “다만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4일에는 1차로 오전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 중 검찰과 협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4일 오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공동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날 오전에만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민주당 측 입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4일 오전 조사만 받고 9월 셋째주 추가 조사’를 밝힌 것에 대해 입장을 내고 “4일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알렸고,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검찰은 일부 조사만 받고 수사 상황을 파악한 채 돌아간 이 대표가 말 맞추기·증거 인멸 등으로 추후 조사를 무력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4일 조사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제나 조사를 피하지 않는다”면서도 “왜 그날만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날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윤건영 의원이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문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드렸다”며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4일 검찰에 출석해 오전 조사만 받겠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심각한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라며 “나들이 소풍 가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국민이 ‘내가 두 시간만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스스로 잘 돌아보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