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위한다는 한동훈의 이민청, 득은 누가 볼까
대선 직행용 ‘이민개혁 드라이브’ 관측까지 나와
“어제 저희 분임토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참석해서 지금 법무부가 추진하는 여러 주요법안, 현안, 각종 이민 문제, 이런 것에 대해서 아주 심도 있게 막힘없이 설명했어요. 한동훈 장관은 지금 법무부 전체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요, 현 단계에서는 총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기엔 참 어려운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이 지난 8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밝힌 말이다. 진행자가 “한동훈 장관 선대위원장설도 언론이 보도하고 있던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내놓은 답이다. 유 의원은 “그건 민주당의 최고 전략가라고 하는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분석했는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그러다 보니까 언론이 관전평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선대위원장? 민주당 측 이야기”
기자는 지난주 ‘‘정치행보’ 한동훈 선대위원장 노리나’(주간경향 1543호)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지난 7월 15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강연에서 엿보이는 ‘정치행보’였다. 이날 강의를 주목한 것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정치권 주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책사쯤으로 여겨졌던 한동훈 장관이 본격적으로 자기 콘텐츠를 가지고 직업공무원을 넘어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 소장은 제주 강연을 넘어 ‘잘 준비된 정치행보’로 한동훈의 1주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통합과 경제비전, 이념적 진영논리를 초월한 솔루션 중심 접근’이라는 1973년생 탈냉전 스마트 우파 리더십의 출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앞서 시선집중 진행자가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비례-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설(說)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민주당발 설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에 유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는 맞다. 최 소장이 다음 총선에서 세대교체의 주도권을 1973년생 한동훈, 1985년생 이준석이라는 ‘탈냉전 스마트 우파’ 리더십이 출현한 보수 쪽에서 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반대로 왜 진보 쪽 포스트 86세대·1980년대생은 ‘탈냉전 스마트 좌파’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닿아 있다. 정치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면 현재 리더십에 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 386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은 그것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기자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기사 작성을 위해서다. 취재원에는 진보·민주당 쪽 사람들만 있지 않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쪽도 ‘정보’를 얻고 견해를 취합하기 위해 가능하면 만난다. ‘내년 총선의 한동훈 역할론’은 보수 쪽 인사들과의 만남 자리에서도 공통된 주제 중 하나였다. 일단 유튜브에 올라온 앞서 제주 강연 영상이 화제를 모은 것은 민주당 쪽이 아니다. 보수, 국민의힘 쪽 진영이 먼저였다(지난 기사를 보고 연락해온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기사를 읽고 그 강연 영상을 처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난 기사는 한동훈 장관이 강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결정적인 올바른 정책적 결정이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예시로 든 1950년 농지개혁과 관련한 부분만 다뤘다. 중요한 것은 이날 강연의 후반부, “70년이 지난 2023년의 이야기”다. 한 장관이 1950년 농지개혁에 비견할 만큼 중요성을 띠는 ‘올해’의 과제로 거론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이민개혁’이다.
한동훈 “인구문제 해결책 이민개혁이 답”
그는 강연에서 “복합위기와 경제안보가 대두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게 대비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인구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내놓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과 같은 “출산율 회복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미 늦었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 인구감소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올해 초 이민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정책책임자들을 찾아가 물어봤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나라조차 없었다. 저는 ‘출입국·이민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길이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국익 차원에서 기획해 강하게 그립을 쥐고 나가야 한다.”
그는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출입국과 비자 담당은 법무부가, 외국인 노동은 노동부가, 다문화가족을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현실을 거론했다. 각기 자기 영역만 담당하다 보니 정작 불편하고 중요한 거시적인 질문에는 누구도 책임지고 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돼왔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현재 E-9 비자로 들어와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적응하면 E-7-4 비자(숙련 기능인력 장기취업비자)를 주는 것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나 지자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E-9으로 일단 들어오면 장땡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사람들을 기업과 지역사회가 검증하는 인센티브를 만들자는 것이다. 비자는 평등과 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다. 비자는 어떤 산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익,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는 전임 “문재인 정부 말미에 1000여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 비자(E-7-4) 발급 인원이 윤석열 정부 들어 3만5000명이 됐으니 35배 늘어난 것이 아니냐”며 전 정권에 대비한 현 정부의 치적으로 추켜올리고 있다(그런데 이 비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2017년으로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제도라는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한 장관의 말대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셈’이다). 강의의 말미에서 그는 “선택권과 경쟁이 존재할 때 결과적으로 국민의 권익이 증진된다는 것이 우리 체제와 헌법정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정당한 부’를 질시하지 않는 나라이고,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1950년의 농지개혁이 ‘만석꾼(지주)의 나라’ 대한민국을 ‘기업인의 나라’로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면 이민개혁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결정적인 전환의 순간에 필요한 결정적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이주 인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다뤄온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보수는 왜 ‘이민청’ 설립에 올인할까
한 장관의 주장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민청 설립 주장으로 귀착된다. 일본·중국·대만보다 늦은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수립 차원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해 5월 17일 한 장관의 취임사에도 등장한다. 올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법무부 2023년 업무보고에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실현’에 이은 두 번째 과제로 ‘국가 백년대계로서의 출입국·이민정책 추진’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께서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 거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난제에 대답할 만한 컨트롤타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난제들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책임 있게 답할 수 있는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하겠다.”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여러 언론은 “올 상반기 중 이민청 신설”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9월이다. 상반기가 지났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든 이민청이든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동안 법무부는 이민정책이라는 행정적인 측면의 역할을 하지 않았고, 주로는 단속과 (불법체류) 사범 관리 측면에서 역할을 해왔다. 장기적인 과제로서 이민정책은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든가, 외국인 중에서 입국하지 않고 법 바깥에서 미등록 합법화가 아니라 장기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을 어떻게 통합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다. 그런데 그것을 법무부가 해야 하는 일인지 의문이다.” 조영관 변호사의 말이다. 출입국·이민법 전문 변호사로 이주민센터 ‘친구’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주문제 관련 법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의 이른바 ‘이민정책 컨트롤타워’도 우리로 치면 행정안전부가 외국인을 통합하는 관점의 컨트롤타워 정책 조정기능을 강조하는데 비자발급과 단속을 관할하고 있는 법무부가 일선에서 가장 밀착해 지원해야 할 주민센터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는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단적으로 말해 한 기관 내 지원과 단속 업무가 같이 갈 수 없다. 실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외국인 노동정책이 정착되면서 초기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돼왔다. 주무부처가 한계도 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적 네트워크가 있다. 행정망을 통해 여성가족부는 전국적으로 가족센터 실행기구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관리공단은 E-9 비자를 활용한 제도를 꾸려간다. 이런 행정과 제도가 닿지 못하는 취약한 노동을 구제하고 세밀하게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한 장관의 발언만 보면 법무부가 가지고 있는 비자를 확대하고 좋은 비자를 주면 이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이민청 설립 추진이 이번 정부 들어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MB 정부 당시도 노동시장 인력수급 문제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대책’ 등을 총괄할 이민청 설립 추진 이야기가 나왔다(주간경향 1295호, ‘다문화 20대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사 참조). 한동훈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한 장관은 과거 MB 정부 시절 정책을 되살려 이민청 드라이브를 거는 걸까.
실제 이주인권·외국인 노동정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에도 컨트롤타워가 없지는 않았다. 조 변호사의 말이다. “사실 이민청은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어디에다 이민청을 설립할까를 두고 여러 부처에서 이견을 보였다. 다시 말해 각 부처에서 어떤 부처를 가져가고 또 남겨둘지가 정리가 안 되자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기존 네트워크를 최대한 열심히 하되, 국무총리 산하에 각 부처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이민 컨트롤타워로 3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정리했다. 법무부가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가 다문화가족위원회, 고용부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한 장관이 여러 측면에서 다른 부처에 비해 정책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으니 집권 초기에 어떤 그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당장 E-9 비자로 대표되는 외국인 노동정책만 하더라도 법무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힘을 합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는 장기비자를 많이 내주겠다’는 식의 법무부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박천응 국경없는마을 이사장은 “한 장관의 말에는 자기모순이 있다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7-4 비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숫자는 늘리되 임금은 낮게 하겠다는 뜻이 된다. 기술을 가졌으면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하는데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래 이주노동자를 국내에 들여온 취지는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조선업계, 대기업에도 이주노동자를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를 대기업에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많이 가진 자의 편으로 이주노동자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그 역시 “한 장관이 말하는 이민정책이나 이주노동과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사실 노동인력과 관련한 대책은 노동부가 내놔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노동부 장관이 하는 일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국 외국인 노동정책의 중심축이 된 고용허가제(비숙련외국인 노동자 수입대책)를 실시하면서 도입한 모델이 독일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독일은 고용주가 아닌 이주노동자에게 일할 권리를 부여하는 노동허가제로 전환했다. 우리가 모델로 삼은 독일은 변했는데 한국은 20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그 제도를 붙잡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다른 한국 ‘불법체류자’ 문제
출입국·외국인 정책은 인류애나 평등·공정의 영역이 아니라 국익의 영역이라는 한 장관의 주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박 이사장은 “출입국·외국인 정책이 국익을 먼저 놓고 한다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며, 이주민이 소위 말하는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 강제추행·절도·폭력)를 저질렀을 경우 받아들이지 않거나 처벌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에서 대부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생계형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법무부에 국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한명도 없도록 단속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국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라는 개념은 법무부가 잊을 만하면 이용하는 레퍼토리다. 국내의 ‘암(暗)시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약 20만명 정도 필요하다. 그 정도 숫자는 있어야 돌아간다. 쉽게 말해 내가 중소기업을 운영한다고 치자. 이주노동자를 10명 고용한다면 그중 5명은 암시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 미등록 노동자가 늘어나 25만명이 된다면 3만 정도는 단속해 내보내는 형태다. 한쪽에서는 암시장을 이용하면서 시장 상황을 본다. 반문하고 싶은 건 코로나19가 창궐할 시기에는 왜 단속을 안 했냐는 점이다. 그랬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에서 새로 들여올 수 없어서다. 부족한 노동현장 인력을 보전하기 위해 단속을 안 한 거다. 앞뒤 맞지 않은 이야기인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5대 범죄관련자는 내보낸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불법체류자’라고 하면 국경을 비자 없이 몰래 들어오는 경우를 말하는데 비행기 타고 배 타고 들어오면 불법체류를 사면해주고 영주권도 주고 국적도 준다. 반면 한국은 삼면이 바다인데 몰래 밀입국이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 정상적으로 배 타고 비행기 타고 합법 신분으로 들어와 기한을 넘겨 불법이 된 사례다. 10년 이상 된 사람, 20년 된 사람 사면해주는 것이 국익이다. 국익이 도대체 뭐냐. 그 사람도 좋고,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국익 아닌가.”
그는 “한 장관이 말하는 국익이 만약 노동시장을 대기업에도 개방하는 방향의 국익이라면 국민을 위한 국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7-4 비자 이전에 대기업은 현지 법인이 있어 해외에서 기업을 세우고 거기에서 현지 사람도 고용한다.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기술교육을 해서 부족한 사람들을 채우는 식이다. 국내에서 필요한 영역도 그렇게 해버린다. 당장은 그렇게 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까. 국익은 풀어 이야기하면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일부 기업집단만을 위한다면 국익이 아니다. 특권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보편적인 국민의 이익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 이주노동자 시장 개방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 것일까.
앞서 기자는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 역할론’은 민주당 쪽에서만이 아니라 보수진영 쪽에서도 나오는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수 쪽 인사들에게 들은 전망은 크게 한덕수 총리 후임으로 국무총리를 맡은 뒤 대선으로 직행한다는 쪽과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친명’ 성향이 강한 현역 의원의 대항마로 승부수를 띄워, 이긴 후 대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내년 총선 출마는 전두환의 장세동, 노태우의 박철언처럼 정권의 ‘황태자’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제2의 농지개혁같이 ‘이민개혁 드라이브’라는 정책에서 실력을 발휘한 뒤 대선으로 직행하리라는 관측이다. 실제 200여 일 남은 내년 총선 전에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 장관의 다음 정치행보는 대권이며, 총선이라는 중간기착지를 거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수가 전망하는 ‘내년 총선 한동훈 역할’
최병천 소장은 “현실정치에서 정책적 승부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승패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한다. “이민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워 대권을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내가 보는 제주도포럼 대한상의 행사의 진짜 핵심은 한동훈·윤석열이 거기 모인 기업인들을, 예컨대 최태원 SK회장 같은 사람을 감옥에 보낸 경력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기업인들을 감옥을 보냈던 특수통 검사 출신들이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정당한 부’를 질시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모양새다. 정책적이라기보다 정무적 행보다. 강연의 핵심을 정책으로 보면 프레임의 핀트가 어긋난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결국 정치라는 것은 크고 작은 결단을 수없이 해야 하는 직업인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하반기 정세는 여권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치적인 파고(波高)를 돌파하려면 출마할 것이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스타일이면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권 지지층에서 한동훈에 보냈던 기대감에 비춰보면 본인에게 불리하다 싶어 불출마를 택하고 장관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정치인 한동훈’으로서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동훈 장관이 국회에 출석하거나 언론에 코멘트를 하는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윤석열은 어디로 사라졌다.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판하면 바로 맞받아치는 것은 한동훈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바라는 프레임은 국민의힘이 사라지고 민주당 대 윤석열 정권의 구도로 짜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을 간파하고 한 장관은 지금 이재명 대 한동훈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 새로운 의제, 어젠다 세팅을 시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애초 계획과 달리 올 상반기 중 이민청 개설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주간경향의 질의에 법무부는 “상반기 중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목표로 지난해 8월부터 출입국·이민정책에 대한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수렴해왔다”면서 “그 결과 국익을 고려한 유연한 비자정책,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 등 출입국·이민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다양해 이를 조화시키기 위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법무부는 “출입국·이민정책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 아래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체계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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