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직접 볼 수 없는데…'버추얼 아이돌' 인기 있는 이유는?

이지현 기자 2023. 9. 1. 15: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사진=플레이브 공식 인스타그램〉

빌보드 코리아 3위(이세계아이돌)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 20만 장(플레이브)
유튜브 뮤직비디오 2550만 조회수(메이브)

아이돌 그룹들이 세운 기록입니다.

이 아이돌 그룹의 공통점, '실물을 만나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은 모두 '버추얼 아이돌'입니다.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가상 인간이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하고, 실제 사람이 노래하고 춤을 추지만 캐릭터를 앞세워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기도 하죠.

최근 버추얼 아이돌 그룹들이 세우는 기록이 심상치 않습니다.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데다 실물을 직접 볼 수 없는 버추얼 아이돌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요.

사이버 가수 '아담'에서 최근 '버추얼 아이돌'까지



혹시 '사이버 가수 아담'을 아시나요? 1998년에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버추얼 아이돌입니다.

당시 아담의 목소리는 실제 사람 목소리였지만, 외형은 3D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인간이었습니다.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으나 인기는 잠깐이었습니다. 다소 어색한 표정과 움직임 때문에 관심은 금방 시들해졌죠.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최근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는 2021년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이 등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이세돌). 〈사진=중앙DB〉

이세돌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스트리머이자 유튜버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젝트로 결성됐습니다. 실제 사람이 오디션을 보고, 이를 통해 6명 멤버가 뽑혔죠.

멤버들은 실제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VR(가상현실)을 이용해 캐릭터를 앞세워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래와 춤은 '본체'인 사람이 합니다.

이세돌은 데뷔와 동시에 일부 음원 사이트 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것만은 아닙니다.

최근 발매된 앨범도 한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 후 24시간 동안 100만 스트리밍 이상을 달성했고, 빌보드 코리아 차트 3위에도 올랐으니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세돌처럼 실제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 중에는 '플레이브'도 있습니다. 플레이브는 5인조 보이그룹입니다. 춤과 노래, 작사와 작곡까지 하는 사람이 본체이고, 이들이 웹툰 풍 아바타를 앞세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브는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람의 움직임이 아바타에 그대로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해 플레이브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하기도 하죠.

반면 본체인 사람 없이 가상 인간만으로 구성된 버추얼 아이돌 그룹도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 〈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와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기획한 4인조 걸그룹 '메이브'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 AI로 구현한 가상 인간입니다.

게임을 만들 때 쓰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캐릭터를 실감 나게 구현했습니다. 춤은 모션캡처 기술로 댄서들의 움직임을 땄고, 목소리는 실제 보컬 목소리를 바탕으로 AI 기술로 만들어냈죠.

지난 1월 공개됐던 메이브의 유튜브 뮤직비디오는 영상 업로드 7개월 만에 조회수 2550만회를 돌파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대면 시대·양방향 소통이 인기 비결



관심을 끌었다가 사라진 사이버 가수 아담과 달리 요즘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시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디지털이 다소 생소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디지털과 비대면이 일상이 됐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 그룹은 보통 10대를 중심으로 팬층이 형성되는데, 10대들이 모바일에서 강세를 보이다 보니 반응이 더 좋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지금 10대는 '코로나19 세대'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비대면 콘텐트에 익숙하다”며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세돌의 경우 멤버들을 뽑는 오디션 과정부터 팬들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가상 현실에서 진행되는 오디션 현장에 참여하고 투표를 통해 멤버들을 직접 뽑은 거죠. 직접 뽑은 멤버들이 점차 성장하고 주목받는 과정을 보며 팬들은 아이돌의 서사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겁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팬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플레이브' 캡처〉

또 버추얼 아이돌은 유튜브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접적인 소통을 늘려가면서 유대감을 쌓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진솔한 소통이 오가기도 하죠.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버추얼 아이돌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팬미팅을 하고 방송도 한다”며 “팬들 입장에서는 실제 아이돌보다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실제 아이돌들은 기획사에서 세팅한 이미지에 맞춰 연기하듯 활동을 해야 하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얼굴과 신분을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과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진솔하게 활동하는 부분들이 아티스트와 팬들 사이의 교감으로 이어지고, 그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버추얼 아이들의 노래나 뮤직비디오 등이 고퀄리티라는 점도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요인으로 꼽힙니다.

버추얼 아이돌이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내자 최근에는 엔터 업계는 물론 정보기술(IT) 업체들도 버추얼 아이돌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노래와 뮤직비디오의 퀄리티가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겁니다.

사람을 본체로 하는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멤버들의 노래와 춤 실력 등도 주목받으면서 순전히 '실력'을 보고 팬이 됐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이세돌의 안무 연습 모습. 〈사진=유튜브 '왁타버스' 캡처〉

전문가들은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헌식 평론가는 “아직은 버추얼 아이돌이 대세라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물리적인 콘서트나 대면 팬미팅이 있어야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10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 문화이기 때문에 지금 10대들이 성장하면서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그렇다고 실사 아이돌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하나의 영화 주제로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모두 만드는 것처럼, 버추얼 아이돌과 실사 아이돌들도 공존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