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례한 추성훈을 좀 말려주세요.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9. 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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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무시하지 마” 그 높은 추성훈에 대한 호감도는 어디로 갔나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KBS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 중이다. 이분, 올 초에 방송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으로 이미지가 급상승했었다. 사실 처음 <피지컬 100> 도전자 명단이 공개되었을 때 예능 이미지가 강한 추성훈을 왜 넣었을까, 옥에 티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니 그 말이 쏙 들어갔다. 반 백 살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혈기왕성한 2~30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근성으로, 또 팀 전일 때는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해 그 어려운 '배 끌기 대결'을 승리로 이끌었지 않은가. 몸 관리, 체력 관리, 멘탈 관리를 어찌나 잘 해왔는지, '아저씨 무시하지 마', 이 발언을 지지하는 중년 남성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지컬100>로 얻은 이미지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로 한방에 날려버리지 뭔가. 김동현을 비롯한 후배들과 출연 중인데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가 도무지 어른답지 못해서 본래 저런 사람이었나? 갸웃하게 만든다. 어떤 장면이 지탄을 받나 하면 추성훈이 한참 나이 어린 후배에게 고기를 굽게 하고는 익기가 무섭게 서너 점씩 입에 쓸어 넣는다. 까마득한 선배가 하도 걸신들린 양 먹어대니까. 후배는 젓가락 들 여력 없이 고기만 구울 밖에. 이게 한번이 아니다.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여겼는지 몇 차례나 유사한 장면을 내보냈다. 김동현이 중간에서 후배들을 챙기면 좋으련만 그 또한 아랑곳 안 하고 본인 배 채우기 바쁘다.

이처럼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왜 출연하는 걸까? 인지도가 필요한 것도 아닐 테고 돈이 급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방송을 보니 요즘 새로이 의류 사업을 시작한 모양이다. 따라서 출연 목적이 브랜드 홍보였나? 의심이 갈 밖에. 게다가 먹는 걸로 설움을 준 후배들을 데려다가 의류 모델까지 시킨다. 맙소사.

내가 세칭 '강약약강' 유형을 혐오하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유난히 후배를 막 대하는 장면들이 질색인지도 모르겠다. 사리판단을 못할 어린애도 아니고 본인 잣대로 저울질 하고 결정했을 테고 이미지 나빠진 만큼 얻는 것도 분명 있을 게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프로그램에 해가 된다는 거다. 추성훈은 현재 tvN <300만 년 전 야생탐험 : 손둥동굴>에 출연 중이다. <댄스 가수 유랑단> 후속으로 8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는데 박항서 감독, 2002년 월드컵 레전드 안정환, 김남일, '제국의 아이들'의 김동준, 그리고 추성훈, 이렇게 다섯이 멤버다.

<손둥동굴>은 시청자들이 질색하는 연예인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시시닥거리는 여행 예능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베트남 소재의 '손둥 동굴' 탐험기다. 규모가 어찌나 대단한지 동굴 안에서 비행기가 날 수 있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까지 3박 4일이 걸린다나. 따라서 근성과 체력, 협동심이 필수일 텐데 다섯 멤버 중에 우선 김동준, 일찍이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를 통해 뛰어난 스피드와 근성을 입증한 바 있고 올 1월에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했으니 한참 체력이 좋을 때다. 게다가 꾀 안 부리는 성실한 성품인지라 믿음이 간다.

그리고 안정환, 지난번 MBCevery1 <시골 경찰>에서 보니 어르신들을 대하는 자세가 살뜰하니 남달랐다. 눈치 빠르고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서 이번에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가 된다. 또 새로운 얼굴이어서 반가운 김남일, 예능 고정은 처음이라서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진공청소기' 시절을 추억해보면 무조건 믿고 싶어진다. 적어도 약한 사람에게 강한 스타일은 아니지 않겠나.

그리고 박항서 감독, 김동준에게는 아버지 벌 나이인지라 이모저모 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웬걸, 체력 훈련에 솔선수범을 해가며 누구보다 성실히 참여하고 있다. <피지컬100>의 고난이도 미션들을 떠올려 보면 당시 리더로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추성훈이 이 프로그램에 가장 적임자일 게다. 그런데 아쉽게도 자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의 후배를 함부로 대하는 장면들이 떠오르지 뭔가.

물론 여기 와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나름 각 분야의 강자들인지라, 만만치 않은 인물들인지라 알아서 자제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손둥동굴> 방송 중에는 부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출연은 자제했으면 한다. 마치 MBC 드라마 <연인>에서 절절한 로맨스를 선보이는 남궁민 씨가 다른 채널 드라마에 사기꾼, 바람둥이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지 않은가. 방송용 설정이 가미되었다 하더라도 제발 오만불손 무례한 갑질은 제발 멈추시길. 청정 예능 <손둥동굴> 방송 중에 만이라도.

정석희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넷플릭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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