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인상’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에 각계 입장차…연금행동 “노후소득 보장 목표 상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공개했다. 제시된 시나리오에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빠진 것을 두고 전문가 및 시민사회가 극명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가리킨다. 즉 수급자가 받는 연금액 수준이다. 향후 최종 연금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계산위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한 ‘재정계산 보고서’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8%로 올리는 시나리오 18가지가 담겼다. 일부 시나리오에는 연금을 받는 연령을 68세까지 늦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모든 시나리오는 ‘소득대체율 현행 유지’를 전제로 했다.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당시 50%였던 소득대체율은 2008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내려가 올해는 42.5%이다. 2028년에는 40%가 된다.
‘소득대체율 40%’는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나중에 연금으로 월 4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다만 가입기간 40년을 전제로 한다. 40년을 다 채우기는 쉽지 않다. 2020년 기준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8.7년,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다.
연금개혁 논의에선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쪽,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갈린다. 재정계산위 내부에서도 전문가 간 의견이 갈라졌다. 처음엔 소득대체율 인상안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재정안정화론 측이 소득대체율 유지안을 ‘다수안’, 인상안을 ‘소수안’이라고 표기하자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보고서에서 빠졌고, 인상을 주장한 위원 2명은 전날 위원직을 사퇴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2021년, 37.6%)을 감안하면 노후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생긴다. 재정안정화론은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 등 소득계층별 연금의 다층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또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덜 받는’ 식으로 현 세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보장 강화론 쪽은 실질 연금액을 높여 현재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특히 국고 지원이나 노동소득 외 보험료 부과 등을 검토해 재정산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공청회 토론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럼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그것을 우리가 할 수 있겠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소득대체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없다. 그런 주장을 소수안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굉장히 편향적”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도 입장차를 보였다. 양대노총 및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들로 꾸려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계산위 보고서는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했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안’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을 비판했다.
청년·여성·프리랜서·복지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래세대·일하는 시민의 연금유니온’ 측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보험료율 인상이 수반되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출산·군복무·실업크레딧 확대,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의무가입기간 확대 등으로 가입기간을 늘리는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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