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 주류와 타협하지 않는 성실함…'댄스 뮤직 아카이브'
당시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 풍경화의 물성
"글쓰기 시간의 80%는 소재 찾는데 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이대화(41)는 '음악 저널리스트'다. 음악계에 자신 있게 저널리스트라는 수식을 붙일 만한 이들은 드물다. 저널리스트는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건축물 같은 구조를 논리적으로 직조하고, 쉬운 문장으로 정확하게 쓰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화가 최근 펴낸 역작 인터뷰집 '댄스 뮤직 아카이브'(DANCE MUSIC ARCHIVE·DMA)(엠스퀘어코리아 펴냄)는 그가 저널리스트라는 걸 새삼 증명한다. 2010년대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관계자 53명을 2019년부터 1년 간 인터뷰해 한 권으로 엮었다.
현재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관련 평론가를 떠올리라면, 누구든 '이대화'를 떠올릴 것이다. 일렉트로닉 댄스의 역사를 다룬 명저 '백 투 더 하우스'의 저자가 그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한국대중음악상'(KMA) 일렉트로닉 분과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 DJ 컬처 전문가다. 영국의 세계적인 전자음악 전문지 '디제이 맥(DJ Mag)'의 아시아 판 에디터로 일하거나 직접 디제이로 활동하는 등 2010년대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scene)에 익숙하다.
이번 책에선 클럽(CLUB) 매스·미스틱·뱅가드·소프·아레나·앤서·엘루이·엠투·옥타곤·케잌샵·크로마, 아티스트(ARTIST) 곤·디디 한·디구루·레이든·루바토·바가지 바이펙스써틴·바리오닉스·반달락·비제이·샤넬·숀·스케줄 원·어드밴스드·인사이드 코어·임레이·준코코·캐비넷·코난·클로젯 이·타이거 디스코·퓨어백프로·한민, 페스티벌(FESTIVAL) 스타디움·울트라 코리아·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존나페·비이피씨 탄젠트, 파티 & 크루(PARTY & CREW) 데드엔드·디럭스 서울·북방 노스페이스·사일런트 디스코·360사운즈, 레이블(LABEL) 다보탑 레코즈·디제이 코리아 레코드·스크림 레코즈·오! 레코즈·이스트라이벌 레코즈·허니 배저 레코즈, 미디어& 기타(MEDIA & ETC.) 디제이 트럭·빌로우·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숔숔 프로덕션 라보라토리 등을 다뤘다.
이들이 속한 2010년대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댄스에 특별한 시기다. 200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현상이 만들어졌고 그 바람이 한국에서도 불었다. 음악 축제의 대세 장르가 록에서 EDM으로 바뀌었다. 여러 방면에서 '포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하지만 기록엔 당사자성이 부족했다. 그 흐름 위에 있던 당사자가 당대에 말한 발언들이 없었다.
이대화는 직접 뛰었다. 형식적 답변을 피하기 위해 인터뷰 중 90% 이상을 대면으로 진행했다. 음악 글을 쓰는 종사자 중 가장 성실하다는 평을 얻은 그는 '소처럼 우직하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 인터뷰이들의 발화가 글로 전환될 때 끼어들 수 있는 비계가 없다.
아울러 책 말미에 자문자답을 통해 댄스음악 신(scene)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준 대목은 2010년대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 신의 절대적 풍경화다. 지나가 버린 그 시대의 추상적 풍경을 물성으로 옮겨냈다. 주체적인 사관(史觀)이 녹아 있지만, 꼼꼼함으로 객관성을 담보했다. 368쪽의 두툼한 양장본인데, 입소문을 타며 출간 한 달도 안 돼 2쇄 찍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음은 최근 충무로에서 이대화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일주일에 한 분씩 만나는 일만 해도 1년이 훨씬 넘었겠네요.
"생업으로 한창 바쁠 때 책을 썼어요. 그래서 100건까지 하지 못했는데 그게 좀 아쉽죠. 2010년대를 어느 정도는 아울렀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다 담았다고는 얘기 못하겠습니다."
-인터뷰이를 정하는데 우선순위와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제가 생각할 때 2010년대를 대표할 사람·클럽·페스티벌이요. 두 번째는 주변 DJ들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세 번째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제 사견이 조금은 담겼죠. 예컨대 모 DJ는 2010년대 가장 중요한 DJ 중 한명인 건 확실해요.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기록할 만한 DJ인지 판단했을 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객관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할 사람들이 꽤 있을 거예요."
-근데 그런 소신이 좋아요. 음악계에도 '주례사 평론'이 난무한다는 평이 있잖아요. 역사는 사관(史觀)에 따라 정리되고 기록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책에 실은 'DJ 트럭 이벤트'는 사실 아주 크게 화제가 된 이벤트는 아니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DJ들이 트럭을 갖고 가서 음악을 틀었던 이벤트였거든요. 근데 전 화제성과는 무관하게 꼭 기록해야 될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DJ는 정치·사회적인 발언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한번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몇몇 아티스트와 클럽 관련 인터뷰가 중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엎어지거나 거절이 된 경우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파우스트(Faust)나 버트(Vurt) 같은 클럽인데요. 한국에서 테크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책을 집어 들자마자 '아니 파우스트·버트가 없는데 어떻게 2010년대를 정리했다고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거예요. 근데 여러 번 요청을 드렸는데 거절을 당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 두 클럽에 대한 짤막한 기록을 남겼어요."
-책은 단순히 음악 얘기가 아니라 2010년대의 문화 풍경, 지리적인 환경 등도 자연스레 녹아들어가 인문학 서적 같기도 했어요.
"아주 재밌는 부분인데,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과 DJ 신만큼 지역색이 뚜렷하게 나뉜 음악 장르가 드물어요. 홍대, 이태원, 강남으로 뚜렷하게 나뉘어서 너무나 다른 분위기 속에서 세 지역이 경쟁했거든요. 제가 지역적인 뭔가를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구분할 수밖에 없었죠. 한국 클럽 신은, 그러니까 나이트를 벗어나서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홍대에서 출발했죠. 1990년대 말인데 이 홍대 문화를 '강남에 이식시켜보자. 강남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좀 더 고급화시켜보자'라는 생각에 인테리어, 시설적인 측면에서 바꾸려는 흐름이 2000년대에 있었죠. 그래서 그때 강남 클럽이 어마어마하게 유행했거든요. 그게 2010년대까지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조금 더 '언더그라운드적인 바이브'로 균형을 맞춰보자는 흐름이 또 생겼어요. 이건 또 이태원 쪽으로 간 거죠."
-특히 댄스 음악에 지역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팝과 록 음악도 상당히 좋아하고 이들 장르에 대한 평론의 전 세계적인 분위기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만큼 언더그라운드 스팟을 중요시하는 장르가 드문 거 같아요.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메인 스트림에 정착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굉장히 강하고요. 요즘 음악계에선 진정성이라든가 주류와 타협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일렉트로닉 음악계엔 유독 그 민감함이 남아 있어요. 고집스럽다는 게 아니고 그걸 되게 아티스트 리스펙트의 중요한 근거로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태도가 이대화 저널리스트의 태도와 어울린다고 하자) 저도 그런 부분이 재밌고 그래서 여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널리스트님 같은 분이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다양성 부족을 훨씬 더 절감하실 거 같아요.
"음원 차트만 봐도 정말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흐름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음악 전문 매체들의 자생력이 거의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마니아들이 점 조직으로 모일 만한 이런저런 작은 구심점들이 다 사라지다 보니까 영향력도 발언권도 약해지는 거죠. 전체적으로 마니아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은 음악계가 돼 가는 거죠. 그래서 그런 매체들이 필요하다고 봐요. 최근에 (전자음악을 다루는) 팟캐스트들이 많이 생기고 있더라고요. 자본 등을 생각할 때 현재로서는 팟캐스트가 가장 현실적인 답인 것 같아요."
-음악 평론의 힘이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실 음악 평론계가 어려워진 데는 작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기획을 했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정확히 얘기하면 잡지를 만든 사람들이 다 평론가다 보니까 유지할 수 있는 대중적인 방안을 잘 마련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경영적으로 운영하는 사람과 작가적 기질의 사람들이 분리돼야 한다는 건가요?
"분리해서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시너지를 내야 되는데 한쪽으로 능력이 치우친 사람들이 기획을 하니까요. 저 역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걸 만드는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요. 제가 잘하는 거에 집중하고 싶죠."
-저널리스트님의 글은 내용의 본질을 군더더기 없이 딱딱 설명해 주는 담백함이 인상적인 좋은 글입니다. 구조적으로도 직조가 잘 돼 있는데, 잘 만들어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장르와도 비슷해요.
"이거는 약간 자학이기도 한데요. 전 제가 문학적·감각적인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미 오래전에 깨닫고 굳이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대신에 가독성을 좋게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거에만 집중해도 좋은 글일 수 있다는 걸 다른 작가들을 통해서 확인한 측면도 있고요. 제 모든 글은 소재를 찾아내는 데 80%의 시간을 써요. 제가 확장이나 변주에 능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있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걸 좋아하고 딱 그 정도의 능력만 갖고 있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평론가라는 직함을 달았어도 모르면 물어보고 다녀야 해요. 모르는 게 당연하죠. 평생 음악하다 실용음악과 교수가 된 분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시겠어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팝과 결합한 형태로서, 대중음악의 주류 장르로 안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마치 지금의 힙합처럼요. 그런데 2010년대 후반 들어서 빌보드 차트를 봐도 그렇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출신 프로듀서들이 팝 음악에 불려다니는 횟수를 봐도 그렇고 그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명백해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점점 하락세라는 걸 아마 업계 모두가 느끼고 있었을 거예요. 서서히 가라앉는 부정적인 감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좀 힘든 일이죠. 제 생각에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전성기 때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던 주요 아티스트들이 이 장르가 얼마나 멋있는지를 제대로 못 보여준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일렉트로닉 음악의 장점을 멋있게 보여주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팝을 쫓아가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다 너무 멋이 없었어요. 어느 순간 그냥 팝 비즈니스의 작은 일부가 돼버렸더라고요. 전혀 대안적이지 않았고 좀 허망했죠. 다만 거기서 벗어난 몇 명이 있어요. 포터 로빈스 같은 사람이요. 그를 리스펙트하는 사람들이 대게 많아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안적인 태도 같아요. 이번 책에서 인터뷰하신 분들 역시 계속 대안적인 걸 고민한 분들이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떠올랐을 때 사람들이 반겼던 이유도 록 이후에 새로운 록과 힙합 말고 재밌고 새로운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에요."
-2010년대를 정리해주셨는데 2020년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신은 어떻게 보시나요?
"2010년대에는 EDM의 시대였잖아요. 그런데 EDM이 너무 상업적으로 가니까 거기에 반발한 테크노의 시대이기도 했어요. 2010년대 중반까지는 EDM, 후반에는 테크노 이렇게 나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두 시대의 공통점이 뭐냐면 시끄럽고 센 소리를 쓴다는 거예요. 사람을 미치게 할 만한 소리. 그런데 2020년대 초반엔 앰비언트라든가 아니면 부드러운 소리 멜로디컬한 음악들이 떠올랐거든요. 또 그 기간은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힐링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다시 페스티벌, 클럽들도 회복하는 분위기이고 하다 보니까 다시 한 번 센 소리로 승부하는 흐름이 생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장르적 변화가 한번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의 모멘텀은 거기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평소 다양한 음악에 대한 균형을 고민해오셨어요. 최근 K팝 비평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금은 이전과는 다른 시대가 됐잖아요. 아이돌의 좋은 음악을 인디의 좋은 음악만큼 진지하게 분석하는 것이 비평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 됐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 음원 차트를 보면 다양성이 거의 실종 직전이에요. 그리고 절반 정도는 팬덤 위주로 돌아가죠. 이런 상황에서 팬들의 스밍을 '순수한 마음'이라고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는 식으로 평가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이돌과 아이돌 팬들을 비판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는 것도 관성이거든요."
-지금 저널리스트님이 보시기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신에 생긴 새로운 흐름이 있나요?
"(2000년대 초 영국에서 크게 유행한) UK 개러지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게 재밌어요. 팝 음악에도 많이 접목되고 있고, 심지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쪽에서도 많이 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에서도, 팝 마켓에서도 대중음악 복구의 기준이 점차 2000년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1990년대가 아니라. 5년 전만 해도 1990년대 음악이 유행했는데 이제 세대가 완전히 달라진 거죠. 2000년대생 입장에선 벌써 20년 전 음악이니까요."
-책이라는 매체는 물성도 중요한데 '댄스 뮤직 아카이브'는 만지고 싶거나 책장에 꽂아두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웹으로 많은 걸 볼 수 있는 편한 세상에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물성의 책을 낸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터넷이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마는 않다는 걸 이 책을 만들면서 확인했어요. 무슨 얘기냐면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훨씬 더 많은 매체들이 생겨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에 대한 온라인 기사 수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신에 대한 기록은 숫자가 늘지 않았더라고요. 어떤 장르는 인터넷 시대가 돼도 기록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따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웹이든 종이책이든 아카이브로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엔 저도 고민을 했어요. '키워드 몇 개만 쳐도 옛날 자료까지 다 나오는데 굳이 돈 주고 아카이브를 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데 업계에 따라 사정이 너무 달랐고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정보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실제 관계자분들의 얘기를 듣는 취재 작업을 통해 글을 써내는 게 진짜 저널리스트죠. 그리고 웹엔 단편적인 정보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잖아요.
"그런 걸 걸러주고 없는 정보를 모아주는 아카이빙 자체만으로도 보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이 책을 지금의 독자를 위해서 쓰지 않았거든요. 제 마음은 '타임 캡슐'과 같은 거였어요. '100년 전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어떻게 듣고 살았을까?' 같은 궁금증에 답할 수 있는 아카이빙. 이 신에 대한 기록의 대(代)가 끊기지 않는 게 저의 목표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질문도 다른 인터뷰에서는 잘 안 묻는 걸 골랐어요. '클럽이 몇 평이었어요' 같은. 이런 질문은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죠. 그리고 이번에 책을 쓰면서 느낀 것들 중 재밌는 게 몇 개 있었는데요. 아카이브는 당사자 인터뷰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걸 느꼈어요. 당사자들도 자기가 몇 년도에 그걸 했는지 100%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정보를 '크로스체크'하는 게 필요했죠."
-다음 아카이빙도 준비하고 있나요?
"100% 확실한 건 아닌데요. 이번엔 2010년대를 정리한 인터뷰 모음집이잖아요. 비슷한 형식으로 1세대 홍대 댄스 클럽부터 한번 정리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정말 신뢰하는 분들이 제안을 주셔서 만약에 만들어진다면 저로서는 큰 영광일 것 같아요. 너무 재밌을 것 같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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