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KCC의 부산행… 프로구단의 연고 이전, 있을 때 잘해야 할 지자체

박공원 칼럼니스트 2023. 9. 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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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프로농구단 KCC 이지스의 연고지가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전주 KCC 이지스로 불렸지만, 앞으로는 부산 KCC 이지스로 불리게 될 것이다. 연고이전은 자칫 지금껏 공들여 다져온 팬덤을 날릴 수 있는, 정말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KCC는 부산으로 가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전주시에서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연고 이전이라며 떠나는 KCC를 향해 성토했지만 이마저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프로스포츠 계에서는 KCC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7년 동안 연고지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게 중론이다.

보도에 의하면 가장 큰 현안은 안방인 체육관 문제였다는데, KCC가 모든 제반비용을 대고 지으라는 얘기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무상 기부채납 기간이 지나면 시에 귀속되는, 그 이후에는 지자체로부터 어떠한 대우를 받을지 알 수 없는 이 리스크를 기업 구단에 모두 지우려는 지자체의 자세는 구단 처지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

항간에 들어보니 전주시에서 면담 요청까지 했다고 하는데, KCC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한 이유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처럼 시끌벅적하게 문제를 삼았지만, 그전까지 구단의 지속적인 지원 호소에 귀 기울였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때마침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직접 나서서 손짓을 하니 KCC 처지에서는 그들의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난리법석이 어째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지자체에 홀대당하는 기업구단의 이야기는 K리그에서도 흔히 살필 수 있어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KCC가 새로 둥지를 틀게 된 부산만 하더라도 지역 연고 프로구단 홀대로 악명 높은 도시다.

엑스포 유치를 명목으로 하는 막무가내 행사 추진 때문에 이번 시즌 눈물겹게 치르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의 이야기는 이미 축구팬들에게 정말 잘 알려져 있다. 시의 결정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가 하면, 직접 지은 클럽하우스가 기부채납이 끝났다는 이유로 어떠한 협의 여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임대료를 내고 있는 처지는 들을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제 연고이전해도 타박하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말 다했다.

부산광역시장까지 나서는 화끈한 러브콜, 그리고 부산광역시가 준비한 여러 당근책이 KCC 처지에서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에서 이미 두 차례나 연고이전으로 팀을 타 도시에 빼앗긴 역사가 있는 도시, 악착같이 남아있지만 수많은 현안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프로축구단과 프로야구단이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는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바가 있다. 어렵게 모셔온 KCC뿐만 아니라 지역 내 프로구단이 건강하게 시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기업구단의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시민구단은 시에서 상당히 신경 쓴다. 법적으로는 프로 형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 문화체육국 차원에서 정말 많이 돕고 있다. 이는 이유야 어쨌든 만들어진 시민구단은 '우리의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구단은 그렇지 않다.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로스포츠를 통해 지역에 공헌하고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장사꾼'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명을 떼고 지역명을 붙이면서까지 해당 도시를 곳곳에서 홍보하고 있지만, '내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안 된다는 말만 듣고 있다. 그랬기에 부산 아이파크나 전주 시절 KCC가 홀대를 참다 못해 반발하거나 도시를 떠나버린 것이다. 온전히 사기업의 투자로 이뤄지는 환원 사업이기에 고맙다고 해도 모자랄 판인데도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연고이전은 여러모로 심각한 문제다. 팬덤이 무너지며 외부에서도 비판 받을 여지도 있다. 구단 처지에서는 수년 간 공들인 탑을 마치 폐허처럼 무너뜨리고 떠나야 하는 게 참 속상하다. 이번에 연고를 옮긴 KCC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쉽게 떠날 수 없으니 그저 감수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결정이다. 가뜩이나 주주 등 내부의 반대 속에서도 프로팀을 운영하는 사기업에게는 그럴 의리를 부릴 만한 여유가 없다. 이걸 지자체는 알아야 한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CC 이지스 소셜 미디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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