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2800억 배상’ 론스타 ISDS 판정 취소신청
정부가 1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불복해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게 2억1601만달러(약 28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이날 ICSID에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유월(월권), 절차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를 이유로 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월권과 관련해 “(판정부가) 국제법상 국가책임의 인정요건인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전혀 특정하지 않은 채 만연히 정부의 배상의무를 인정해 국제법 법리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환은행 매각 지연은 정부의 행위가 아닌 론스타의 주가조작 범죄로 발생한 것이어서 국제관습법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판정부가 사건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국제상업회의소(J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하면서 정부의 변론권·반대신문권을 박탈했는데, 이는 절차규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판정부가 추측성, 전문증거만으로 정부 책임을 인정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판정부 스스로도 결정적 증거(스모킹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며 론스타 청구를 기각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판정부는 특별한 근거도 없이 정부가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간주해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면서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가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기본 원칙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투자와 수익 실현에 대해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 금융위원회의 매각 가격 인하 압력과 관련해 모순적인 판단을 한 점 등도 취소신청의 근거로 제시했다.
법무부는 “법리상 오류가 있는 중재판정으로 인해 소중한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으로 취소신청을 제기했다”고 했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다. ICSID는 지난해 8월 정부가 2억1650만달러를 론스타에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배상금 계산이 잘못됐다고 정정신청을 내 판정부는 배상금을 2억1601만달러로 줄였다. 론스타는 지난 7월 판정 취소신청을 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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