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역 전통시장 되살아나다…예산 맥주축제 가보니

예산=이정훈 기자 2023. 9. 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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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2023 맥주 페스티벌’이 개최돼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예산=이정훈 기자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전통시장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처음 봤어요. 정말 관광명소가 맞는 것 같습니다.”

1일 오전 11시 충남 예산 상설시장에서 만난 이한빛 씨(35·여)는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예산시장에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2023 맥주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공식 행사는 오후 3시부터지만 이미 오전 10시부터 예산시장 주차장은 방문객들의 차로 가득찼다. 시장 안은 방문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일 충남예산시장에서 개최된 ‘2023 맥주 페스티벌’을 찾은 이한빛 씨 가족. 예산=이정훈 기자
전통시장하면 흔히 떠올리는 낙후된 이미지의 모습과 달리 예산시장은 고풍스러운 감성과 현대적인 고급 실내장식의 가게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100여 개의 테이블이 놓인 시장 한 가운데는 방문객들로 붐볐고, 테이블 좌우로 펼쳐진 음식점 앞에서 주문을 위해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저마다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잔칫집 분위기를 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으로 각 식당의 메뉴와 위치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방문객들이 복잡하게 돌아다니지 않게 동선을 안내하기도 했다.

낮 12시부터는 앉을 곳이 없어 서서 음식을 먹기도 했고, 테이블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온 김재훈 씨(34)는 “오늘 처음 예산시장을 찾았는데, 유튜브 등을 통해 본 것보다 더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것 같다”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됐는데, 다음엔 가족들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고 전했다.

● 시장 곳곳마다 맛집 가득

1일 예산시장 특설무대에 마련된 지역맥주 판매대. 이정훈 기자
예산시장 내에는 창업 점포 32곳을 포함해 약 50여곳의 가게가 있다. 삼겹살, 토시살, 뒷고기, 도래창 등을 판매하는 ‘신광정육점’, 멸치육수로 맛을 낸 국수와 파기름 양념장을 비벼 먹는 비빔국수를 판매하는 ‘선봉국수’, 옛날 통닭을 맛볼 수 있는 ‘금오바베큐’, 건어물을 즉석에서 구워 먹을 수 있는 ‘대흥상회’ 등 이른바 젊은 층에게 맛집으로 통하는 가게가 많다. 야외에는 330석, 15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특설 무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선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지역맥주 6종과 특수제작한 8개의 화덕에서 18시간을 구워낸 통돼지 바비큐(아사도), 5시간을 구워낸 삼겹살 등 다양한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선 예산시장

1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2023 맥주 페스티벌’을 즐기러 찾아온 방문객들이 중앙홀 테이블 자리에 가득차 있다. 예산=이정훈 기자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예산시장에는 점포마다 ‘환영해유’라는 홍보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바가지요금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가격할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예산시장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불리며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바가지요금과 불공정 행위 등으로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평소 6만 원 수준인 인근 숙박료가 14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고, 일부 음식점은 평소보다 가격을 올려 팔아 관광객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때문에 예산군은 이번 축제에 앞서 바가지요금 등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신경썼다.

지난달 28일 예산군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시장 상인 등과 함께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모두가 동참하는 지역축제임을 널리 알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가게들도 이번 축제가 범군민적인 지역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직격탄 맞은 수산물 시장

‘2023 맥주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예산시장의 수산물 코너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예산=이정훈 기자
축제 현장에서도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 앞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특설무대 옆에 있는 수산물 판매대 앞을 지나가는 관람객은 많았지만, 막상 가게 안으로 향하는 사람은 적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횟집을 운영하는 유종일 씨(48)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줄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최근에 비해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라며 “앞으로 걱정을 지을 순 없다. 수산물 활성화를 위해 큰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지역축제 통해 예산군 알리기

예산시장은 1981년 생긴 뒤 2000년대 초까지 번성했지만,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곳이다. 한때 하루 평균 방문객 100명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상권이 거의 죽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백종원 대표가 적극적인 컨설팅에 뛰어들었고 이날 축제까지 이어지며 상권 살리기에 성공했다.

예산시장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방문객 수 137만 명을 돌파했다.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인구 소멸 위기를 겪던 예산군은 예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지역소멸 시대 극복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충남 예산군은 이번 축제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예산군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산군 관계자는 “예산시장 방문객이 인근에 있는 예당호 출렁다리나 음악분수, 느린호수길, 모노레일 등 다양한 관광지를 찾고 있다”며 “이번 예산 맥주 페스티벌은 단순히 지역 홍보를 넘어 지역 상생의 취지와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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