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빠지고 뜻에 감탄하고…옛사람이 사랑한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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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꽃과 나무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전시는 국보 1점, 보물 1점, 서울시 유형문화재 3점을 포함해 총 110점을 아우르며 옛 그림, 문헌, 도자 등에 표현된 꽃과 나무 이야기를 풀어낸다.
군자를 상징하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연꽃,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등을 각각 조명하면서 다양한 공간 연출법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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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보물 등 110점 한자리에…그림자·달빛 연출한 공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매화는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불리는 이유다.
옛사람들은 이런 매화가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아름다움을 드러낸다고 봤다.
조선시대 단종(재위 1452∼1455)에 대한 절개를 끝까지 지킨 김시습(1435∼1493)이 자신의 호를 '매월당'(梅月堂)으로 짓고 매화 관련 시를 여럿 남긴 것도 이 때문일 테다.
꽃과 나무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은 이달 2일부터 '조선양화(朝鮮養花) - 꽃과 나무에 빠지다'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일 밝혔다.
전시는 국보 1점, 보물 1점, 서울시 유형문화재 3점을 포함해 총 110점을 아우르며 옛 그림, 문헌, 도자 등에 표현된 꽃과 나무 이야기를 풀어낸다.
4층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조선 사람들이 꿈꾸던 마음속 정원에서 시작된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자신만의 진경산수화를 완성하기 전 그린 '사계산수도 화첩', 높은 산에 에워싸인 집을 형상화한 연적 등은 상상 속 공간을 잘 보여준다.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에는 회화나무, 버드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등 약 4천 그루의 나무와 꽃이 표현돼 있어 원예문화의 정점을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문신 김조순(1765∼1832)의 별서(別墅·교외에 따로 지은 집)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옥호정도'는 계단식 화단, 나무로 만든 울타리 등 누구나 원할 법한 정원의 모습이다.
전시는 꽃을 키우며 자신을 성찰하던 문인들의 삶도 비춘다.
조선 전기 시, 글, 그림에 뛰어났던 강희안(1418∼1464)이 쓴 전문 원예서 '양화소록'은 '꽃을 키우는 작은 책'이라는 제목과 달리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박물관은 "'양화소록'은 꽃과 나무에 관심을 쏟은 조선 문인들의 의식 세계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며 "그 사유와 마음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특별히 신경 쓴 공간도 여럿 볼 수 있다.
군자를 상징하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연꽃,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등을 각각 조명하면서 다양한 공간 연출법을 활용했다.
예컨대 난초를 다룬 부분에서는 난초 모양의 그림자가 벽에 비치도록 해 풍류의 멋을 더했고, 대화 관련 유물을 모은 영역에서는 달빛 아래 은은히 비치는 그림자에 신경 썼다.
전시를 기획한 서지민 학예연구과장은 "태오양스튜디오와 함께 다양한 유물과 문헌자료를 토대로 조선 문인들의 경험을 재해석했다"며 "새로운 시도가 곳곳에 많다"고 설명했다.
서지민 학예연구과장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으로 1층 매화감실을 꼽았다.
가로, 세로 각 180㎝ 길이의 작은 공간은 매화와 등불에 비친 그림자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감상실이다. 매화를 애지중지 기르며 즐긴 조선 후기 모습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공간을 조성한 태오양스튜디오의 양태오 대표는 "얼음으로 만든 등불로 그림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문헌에만 나오는데, 당시 사람의 행복감까지 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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