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문도 없는 ‘대장균 약수터’… 인천시민 건강 위협 [현장, 그곳&]
A4 용지 수질검사 결과지에만 ‘음용 부적합’ 표시
市 “폭우·여름철 수온 상승 영향”… 서구 “조속 설치”
“작은 글씨로 검사 결과가 붙어 있는데, 그게 보이나요? 덕분에 대장균이 있는 약숫물을 마셨네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구산동 거마산 중턱에 있는 ‘번개 약수터’. 등산객 정찬용씨(66)가 그릇에 약숫물을 가득 담아 마시려 하자, 다른 등산객이 “마시면 안 돼요!”라고 외친다. 정씨가 주위를 둘러보자 약수터 안내판에 ‘약수터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 있다. 이 결과표에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이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씨는 “부적합이란 글씨를 이렇게 작게 써놓으면 보이겠느냐”며 “어제도 몇몇 어르신이 물을 통에 떠갔는데, 탈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구 석남동 원적산 ‘석남3 약수터’도 상황은 마찬가지. A4용지에 작은 글씨로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적혀 있다. 등산객 이창훈씨(70)는 “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이라 생각해 계속 먹었다”며 “먹는 것이 부적합하다면, 큰 현수막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지역 약수터에 세균이 번식해 먹을 수 없는 물, 즉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나와도 결과지만 붙여놓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자체가 약숫물을 검사해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등산객들에게 경고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6개 군·구 약수터 30곳 중 남동구 ‘약사사 약수터’와 석남3·번개 등 3곳은 최근 수질검사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 음용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최근 폭우로 빗물이 약수터로 유입했고, 여름이라 수온이 높아져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된 물을 마시면 복통이 생기고, 어르신과 영유아는 장티푸스, 이질 등 중증 감염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은 수질검사 결과표만 약수터에 붙여 놓을 뿐, 경고 문구를 붙이거나 약수터를 임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먹는물공동시설 관리요령은 부적합 약수터는 시민들이 약숫물을 마시지 않도록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음용 금지 경고문과 안내 표지를 마련토록 하고 있다.
반면 미추홀구 등 타 지자체는 약수터의 수질 검사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픽토그램이 담긴 경고 현수막을 붙이고 있다.
이한종 서구의원(국민의힘·나선거구)은 “약수터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찾는데, 자칫 총대장균군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약숫물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등산객들이 마시지 않도록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수질검사 결과와 경고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미처 주민들의 편의까진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며 “음용 금지를 알리는 큰 아크릴 판을 빨리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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