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해 달라" 법원서 무릎 꿇은 '양천 방화살인' 피해자 유족

눈물 흘린 유족 "저는 죽은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서울 양천구에서 아랫집 이웃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의 두 번째 재판에서 피해자 유족이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1일 7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정모씨(40)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씨는 생활고 등으로 신변을 비관하다 임대차 계약 종료로 퇴거 통보를 받은 뒤 층간 누수 문제에 앙심을 품고 이웃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범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는 A씨의 자녀 2명에 대한 양형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A씨의 딸은 정씨가 주장하는 '층간 누수 갈등'은 범행의 원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다툼은 전혀 없었고 누수 문제도 원만히 해결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물화상기에 띄운 어머니 사진을 보고 한동안 눈물을 흘린 그는 "어머니는 저의 전부였고 이제는 보고 싶어도 사진으로만 바라볼 뿐이다"며 "정씨가 사형을 받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했던 가정이 흉악범죄로 인해 송두리째 빼앗겼고 저는 죽은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울먹였다.

A씨의 아들도 "평소 살아가며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계속 느끼고 있어서 어떻게 헤어나올지 모르겠다"며 "정씨가 용서를 빈다면 유족의 뜻대로 사형을 받아들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신문이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억울함을 정의로운 재판부가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지난달 11일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다음 재판은 10월6일 오전 10시5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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