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도 불법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 있다” 첫 국가 배상청구[플랫]
경찰이 성매매 업소 단속 현장에서 업소 여성의 나체를 촬영한 뒤 이 촬영물을 수사정보라고 공유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다며 피해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매매 업소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로 국가배상청구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지난달 30일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이뤄진 경찰의 위법수사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한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소 여성의 나체를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여성이 현장에서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단속팀 소속 경찰 15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수사정보라며 공유했다.
경찰관이 단속과 수사 과정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취조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속옷을 집어다 보여주며 수치심을 주는가 하면 단속 현장에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고 자백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관은 여성에게 ‘진술서를 빨리 써라, 비협조하면 경찰서 가야한다’며 수차례 재촉하고 심야조사를 강제했다고 한다.
피해자 대리인단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려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경찰은 이 사건에서 어떠한 영장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의 이창민 변호사는 “수사 기관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을 할 경우 영장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이 사건의 경우 경찰관들이 전문장비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했는데 이 경우 제3자에게 피해자들이 사진이 전송될 우려도 높고,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
경찰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나체를 촬영한 것은 기본권 침해이며, 피해자에게 욕설을 한 것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변의 이주희 변호사는 “(당시 경찰은 피해자를 상대로) 수갑가리개 없이 이동하게 했는데, 이것도 인격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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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기구와 국제인권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을 처벌대상이 아닌 인권 취약집단으로 보고 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UN여성기구 등은 한국 정부에 성매매에 개입된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피해자는 “수사 뒤 한동안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나 카메라 셔터음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달고 살았다”며 “성매매 단속 수사 과정에서 저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범죄자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말할 수 없을 뿐더러, 부당함을 외치더라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성 판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관행이 멈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 강연주 기자 play@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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