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완하는 자율방범대, 지자체별 예산 최대 10배 차이

이학준 기자 2023. 9.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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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방범대 예산, 자치구마다 최대 10배 차이
서울청, 자율방범대 협력 요청…”예산 확대 추진”
“법정단체인 자율방범대, 예산 충분히 확보해야”

최근 연달아 벌어진 ‘이상 동기’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자율방범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자율방범대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으로 관할 지구대·파출소와 협력해 경찰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순찰하며 치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자율방범대 예산이 최대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치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수요 조사를 통해 충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조선비즈가 올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자율방범대 지원 예산을 비교해 본 결과, 지자체별로 예산은 최소 3440만원에서 최대 3억6557만원까지 10배 넘게 차이가 났다.

예산이 가장 적은 곳은 강북구다. 강북구는 자율방범대원 171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1년 예산은 3440만원이다. 328명이 활동하는 강동구는 4080만원, 290명인 서대문구는 4726만원으로 나타났다. 자율방범대원 1인당 예산으로 따지면 강동구(12만원)가 가장 적었다.

반면 자율방범대원 478명이 있는 강남구 예산은 3억6557만원이다. 1인당 예산은 76만원으로 강동구와 비교했을 때 54만원 차이가 났다. 그밖에 서초구는 2억7962만원, 종로구는 2억2016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절도·폭력 등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예산이 더 적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강동구에서 발생한 5대 범죄는 3458건으로 종로구(2712건)보다 많았지만, 예산은 1억7936만원 적었다. 강북구의 경우도 5대 범죄는 2301건으로 종로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예산은 1억8576만원 차이가 난다.

이처럼 자율방범대 예산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자치구별로 전체 예산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강남구 전체 예산은 1조4000억원이지만, 강동구는 약 9800억원이다. 이른바 ‘부자 동네’는 치안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 수 있는 반면 예산이 적은 자치구는 치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치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율방범대는 지역 치안의 한 축을 맡는다.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결성해 만든 봉사단체지만, 관할 지구대·파출소의 인력 부족으로 소홀해진 우범지대를 순찰하고 청소년 선도·보호 등 역할을 한다. 자율방범대가 순찰을 부담해주면서 경찰이 신고 출동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자율방범대는 지난 4월 공식 법정단체로 인정받아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자율방범대는 전국 4000여개 조직에 9만여명이 가입돼 있다.

더구나 대낮 성폭행과 묻지마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자율방범대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민 불안 심리 해소와 재발 방지를 위해 자율방범대 지원 확대를 당부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3일 “기존 경찰력에서 부족한 자원은 자율방범대를 포함한 치안 보조 인력이 더 현장으로 갈 수 있게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도 예산 지원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자치경찰위원회는 민간 보조금 형식으로 약 4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2억5000만원은 자율방범연합회에 배정됐고, 나머지 1억5000만원은 자율방범대 장비 지원 등에 쓰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 역시 서울자치경찰위원회와 협조해 큰 폭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사상경찰서에서 자율방범대, 청년회 등 4개 협력단체 32명이 다중밀집 지역 합동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일선에선 여전히 예산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현재 예산은 야식비와 순찰 장비, 차량 유류비 등에 쓰인다”면서도 “실비 이상의 초소 설치비와 차량 구입비 등까지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 예산처는 자율방범대가 향후 5년 동안 교육·훈련과 연합회·연합대 지원, 포상 등의 명목으로 총 92억44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의 수요를 파악해 예산을 늘리고 자율방범대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석 경기대 공공안전학부 교수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자율방범대 조직을 위한 참여를 지자체에서 유치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예산 요청과 집행을 추가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이 모든 지역을 다 커버할 수 없는 만큼 자율방범대가 그 역할을 함께 해준다면 시민들은 더욱 안심할 수 있다”며 “외진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을 텐데 이런 곳에 예산을 확충하고 자율방범대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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