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찌운 '무빙' 봉석이도 다시 쏙 뺐는데…생명 위협하는 고무줄 체중

박정렬 기자 2023. 9. 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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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의 주인공인 봉석은 시도 때도 없이 발현되는 비행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다.

약만으로 체중을 감량하거나 짧은 시간에 급격히 살을 빼려다 실패한 경우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8만여명을 체중 변동치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평균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요요현상이 심할수록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을 빼는 게 쉽지 않고, 유지도 어렵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다시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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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의 김봉석 역(사진 왼쪽)을 맡은 배우 이정하는 역할 표현을 위해 30㎏을 증량했다./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무빙'의 주인공인 봉석은 시도 때도 없이 발현되는 비행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다. 이 배역을 맡은 배우 이정하도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실제 30㎏을 증량했다. 촬영 후 최근 오디션을 보러 가면 몰라본다며 서운해할 정도로 살을 뺐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의 주오남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도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10㎏을 찌웠다.

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체중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인도 체중이 빠르게 줄고 느는 '고무줄 체중'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여름철 '반짝' 다이어트를 했다가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의 계절인 가을 이후 살찌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후 살이 도로 찌는 요요현상이 반복되는 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반복되는 '고무줄 체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망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무줄 체중의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다이어트다. 약만으로 체중을 감량하거나 짧은 시간에 급격히 살을 빼려다 실패한 경우 요요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할 때는 대부분 절식·단식 등으로 에너지 섭취량을 줄인다. 이때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데 이에 따라 체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 근육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음식을 통해 에너지 섭취량이 늘면 내장지방이 쌓이고 인슐린 저항성이 추가로 증가한다. 이는 결국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부르고 끝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사망 위험까지 커진다.

특히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거나 평소 지병을 앓는 경우 체중이 급격히 불고 주는 게 더욱더 치명적이다.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8만여명을 체중 변동치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평균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요요현상이 심할수록 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변화량이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66.2% 높았고 심근경색, 뇌졸중, 말기신부전 발생 위험도 각각 19.1%, 18.9%, 20.1% 높았다. 김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겠지만 체중 변동은 비만보다 콩팥 기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세 이상 남성의 경우 체중 변화가 심할수록 나이나 비만, 운동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간암·전립선암·신장암 등 암의 위험이 최소 22%에서 최대 46% 높다는 국내 연구(사이언티픽리포트, 2021)도 있다.

반복되는 요요는 정신건강도 피폐하게 만든다. 체중을 빼는 게 쉽지 않고, 유지도 어렵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다시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상황에서는 체중 유지가 쉽지 않아 더 쉽게 살이 찌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살은 잘 빼야 유지하기도 쉽다. 체중 조절 시 장단기 목표 설정은 필수다. 단기적으로 1~2주 혹은 한 달, 장기적으로 6개월~1년을 기준으로 감량 기준을 정하는 게 좋다. 초반에 힘을 싣는 것이 전략이다. 김 교수는 "초기에 체중을 많이 감량할수록 더 잘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체중 조절은 한 가지 방법이 아닌 약물과 운동, 식이요법을 모두 적용해야 효과가 크다. 김 교수는 "체중 조절에 번번이 실패한다면 전문의와 함께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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