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 잃고 돈벌이화된 ‘K○○’ 작명 강박[책과 책 사이]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의 ‘사과 없어요’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로 시작한다. ‘아 어쩐다’를 어떻게 영어로 옮겨야 할까. <히스테리아>를 공동 번역한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는 2018년 “What to do?”라고 옮겼다. 2019년에 다시 “Shit”으로 번역했다.
정은귀는 “순전한 질문 방식에다 난처함의 느낌이 살지 않는 ‘What to do?’보다 맥락에 따라서 난처함 또는 낭패감 또는 분노를 드러내는 ‘Shit’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은귀는 <K문학의 탄생>(민음사) 중 ‘시 번역과 창조성’에 이런 평가를 적었다.
번역가가 말하는 번역 이야기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등을 번역한 제이미 장은 제이미 장은 “엄마가 되었다는 데 대한 벌로 김지영은 경력을 버려야 했다”며 자문한다. “번역이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전 미세리는 ‘부음(訃音)’을 ‘pouring rain’으로 번역하는 구글 번역기 오류 문제를 예로 들며 아직은 인간 우의의 ‘창조적 글쓰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부제는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만든 번역 이야기’다. ‘K 문학’? 국가가 문학을 포섭하는 식의 조어 문제가 남는다. 책은 정부의 포섭이 아니라 지원에 방점을 둔 글과 함께 ‘K 브랜딩’이나 최근 번역사업에 비판적인 글도 실었다.
브루스 풀턴은 “우려되는 점은 우선 한국문학, 특히 소설의 번역 출판이 점점 상업성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경우에는 소수의 저작권 에이전트, 일군의 ‘전업 번역가들’, 한국문학의 영어판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나는 강박에 사로잡힌 자금 지원 주체가 합쳐져 돈벌이 사업처럼 되어버리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제이크 레빈드의 ‘K 콘텐츠 노동자로서의 K 번역가’의 ‘K’는 제목 ‘K’와는 다른 맥락에 놓였다. 마지막 문단에 이렇게 썼다. “K 콘텐츠 노동자는 춤을 춘다. 행복해서가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춤춘다. 하지만 너무 많이 춤추는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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