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모범운전자회장, 일하다 숨진 회원 유족 속여 보상금 수천만원 갈취
서초 모범운전자회 회장과 총무부장이 공사현장에서 신호수 유급봉사를 하다 숨진 회원의 가족들에게 “생전에 빌려준 돈이 있다”며 사기를 쳐 수천만원을 뜯어냈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지난 5월23일 서초모범운전자회 회장 A씨에게 사기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의 범행을 도운 총무부장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초모범운전자회 회원 C씨는 2018년 11월 서초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신호수로 근무하다 25t 덤프트럭에 깔려 사망했다. 건설사는 현장에 교통정리가 필요할 경우 모범운전자회를 통해 신호수를 당일직으로 고용하는데, C씨 역시 모범운전자회 소개로 현장에 나갔다 사망한 것이다.
A씨는 사고 직후엔 C씨 유족이 건설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유족이 보상금을 받고도 자신에게 수고비를 주는 등 사례를 하지 않자 괘씸하게 여겨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시 모범운전자회 간부이던 B씨에게 “C씨가 사망하기 전 자신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다고 유족에게 말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B씨는 유족을 만나 C씨가 빌린 20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속은 유족은 2019년 1월 B씨 명의의 계좌로 2100만원을 입금했다. B씨는 받은 돈 중 2000만원을 현금으로 뽑아 A씨에게 전달하고, 남은 100만원은 자신이 사용했다.
A씨는 재판에서 2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유족을 속이려는 의도나 편취의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달받은 2000만원을 보관하다가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야 피해자들에게 반환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범죄사실에 기재된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어머니가 사망한 것을 기회로 피해자들을 기망해 2100만원을 편취한 것은 죄질이 아주 좋지 않고 죄책도 중하다”고 했다. 다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편취금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 이후 서초경찰서는 지난 6월23일 모범운전자 자격취소 심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모범운전자 자격을 정지했다. B씨는 자격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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