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면 더 받나요?…연금개혁, 재정안정 vs 소득보장 '줄타기'

유효송 기자 2023. 9. 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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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자문안]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소득대체율 상향 없는 보험료 인상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국민연금 제도를 안정화할지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재정(안정)에 치우친 안에 집중하는 것은 노후생활 안정이라는 국민연금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논의다"(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

"주52시간 근로제와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기업에) 부담이 몰렸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우리 자녀 세대까지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국 노후소득보장 개념 속에 포함된다고 본다"(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

1일 공개된 연금개혁 자문안은 '더 내고 늦게 받는' 기금 재정안정에 방점이 찍혔지만 사회 각계각층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 위원이 포함된 재정계산위원회(재정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시 인구구조 악화로 30여년 안에 기금 고갈이 불 보듯 뻔해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과 기금 운용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반면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이번 보고서 초안에는 담기지 못하면서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위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개혁 논의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재정위는 국민연금이 안고 있는 기금소진 우려 완화 등 고질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개선 방향과 방법은 내부에서도 이견이 컸다.

지난 1월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32년 뒤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정부위원 2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된 재정위는 재정 계산 기간인 2023~2093년 중 적립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p)씩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상향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과거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깎거나 수급 연령을 높여왔지만 재정위는 근본적으로 보험료율에 손을 대지 않고는 기금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재정위는 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는데는 실패했다. 민간위원들이 합의를 보지 못한 이유는 '재정안정론자'와 '노후소득보장론자'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서다.

재정위원 다수는 이날 내린 결론처럼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출산율이 추락하면서 국민연금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65세 이상) 비율이 올해 44%에서 2093년에는 84% 수준까지 치솟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보험료율을 내후년부터 단계적으로 12%, 15%, 18%까지 올리는 안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 등으로 상향하자고 했다. 또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위험 자산 투자 비율을 높여 기금투자수익률을 0.5%포인트, 1%포인트씩 올리는 등 총 18개의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면 재정위원이었던 남찬섭 동아대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소득 보장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두 위원은 전날 보고서가 편향됐다며 위원직을 사퇴했다. 남 교수는 이날 오전 '국민불신 조장하고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보장성 강화 방안을 소수안으로 낙인찍으려는 시도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고 공적연금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시도"라며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이 조화를 이루는 연금개혁의 길을 별도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재정위에서 이번에 발표한 제도 개선안과 국민 여론 수렴 결과 등을 참고해 오늘 10월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만든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가들의 연금 개혁 방안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 상향 등 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만 제시된 현 재정위의 제안을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조정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부터 25년째 9%를 유지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2028년 40%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위는 전문가의 합리성 안에서 맞췄지만 개혁 방향은 (국민) 수용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득보장 부분도 언급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부측에서는 가급적 (소득대체율) 내용을 병기해줄 것을 위원회에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오늘 논의를 통해 재정위의 최종 자문안과 국민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종합 검토해 오는 10월에 종합운용계획 마련해 발표하겠다"며 "연금 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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