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내년도 지역서점 ‘문화활동’ 예산 11억 전액 삭감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유감 표명
“내년부터 750개 프로그램 사라질 것”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서점 활성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서점 활성화’는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한국서련)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문체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서점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밝혔다. 한국서련은 “2023년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을 위한 예산은 11억원으로 문체부 전체 예산의 0.2%밖에 되지 않는데, 내년부터 통째로 사라지게 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체부의 올해(2023년) 예산에는 지역서점 관련해서는 ‘지역서점 경쟁력 강화 사업’(5억5천만원)과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6억5천만원)이 잡혀 있다. 지역서점을 지원하는 예산은 지난 10여년 가까이 꾸준히 책정되어 왔고, 2022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지역서점 활성화가 국가·지자체의 의무로 규정된 뒤론 10억원 규모로 커졌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등’(제7조의 2)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 예산이 없어진 것이다.
도서 판매 수익만으로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펴기 어려운 소규모 지역서점들에게, 이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은 강사·작가 등을 초빙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서점 전문인력으로서 교육을 받는 등 좀 더 안정적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돕는 구실을 해왔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 삭감은 이런 ‘풀뿌리’ 문화활동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서련은 “지역서점에서 진행하는 약 750여개 문화 프로그램을 내년도부터 볼 수 없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서점을 통해 문화 프로그램을 향유하던 국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국서련의 주장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 담당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태까지 개별 서점들을 지원해왔다면, 내년부터 지역서점 관련 공동망·운영기반 개선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지역서점 경쟁력 강화 사업’과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을 대신해, ‘디지털 도서 물류 지원’(12억원가량) 사업을 신규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지역서점 전용 도서 구매·배달 앱을 만드는 사업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지역서점 활성화의 축을 문화활동 지원에서 인프라 지원으로 옮긴다는 해명은 출판문화산업진흥 정책의 큰 틀에 비춰봐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문체부가 발표한 ‘제5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2022~2026)을 보면, 정부는 ‘어디에나 있는 책’ 전략 아래 주요 과제로 △지역서점 경쟁력 강화 △출판유통 고도화 △지역출판 활성화 등의 과제를 나란히 제시하고 있다. ‘지역서점 경쟁력 강화’와 ‘출판유통 고도화’는 별개의 과제란 뜻이다. ‘지역서점 경쟁력 강화’ 과제는 “지역 내 독서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북콘서트, 독서동아리 모임, 지역 내 저자와의 만남 등 문화활동 개최 지원”(‘지역서점의 문화적 확충’)하는 것이라고도 명시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이권 카르텔’이란 말을 앞세워 민간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왜곡된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출판계 인사는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서점은 우리 사회의 풀뿌리를 문화적으로 튼튼하게 만드는 구실을 해왔는데, 이런 역량을 아예 송두리째 없애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서련에서 발간하는 ‘한국서점편람’은 서점이 하나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7곳, 서점 소멸 예정 지역은 29곳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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