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농단 때 불면의 밤... 그러나 다시 돌아가도 수사엔 협조한다”
"재판지연은 코로나 등 이유... 인사 탓 아냐"
"이균용 친했다... 사법부 신뢰 근본은 재판"
퇴임(9월 24일 임기 만료)을 3주 남짓 남겨둔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당시 자신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김 대법원장은 "(검찰이 대법원을 수사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기 임기 내에 재판 지연 현상이 두드러진 게 승진 등 '인사제도' 때문이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퇴임 후엔 변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사법농단 수사 때가 가장 힘들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이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했던 점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의 재판 거래와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던 2018년 6월, 김 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되면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법원장의 이 발언은 검찰 입장에선 '그린라이트'나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 전직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 전현직 고위 법관들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이 검찰에 굴복해 사법부가 쑥대밭이 됐다"는 류의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그때가 가장 힘들고 잠도 제대로 못 자던 불면의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전현직 고위법관들이 줄줄이 소환·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자, 사법부의 대국민 신뢰도가 급전직하하던 시기다. 그러나 후회하느냐는 질문엔 김 대법원장은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수사 협조)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법부 신뢰 추락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자신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국회가) 탄핵하겠다고 설치고 있는데" 등의 발언을 했으나, 이를 부인하는 답변서를 국회에 보낸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퇴임 후 검찰에 소환될 수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당연히 성실히 임하겠다"며 "제 여러 불찰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서 여전히 송구하다"고 답했다.
"인사가 재판지연 원인 아니다"
'재판 지연' 문제가 인사 제도 변화 때문에 나타났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법원 내에선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제 폐지나 법원장 추천제(일선 판사들이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제도) 도입으로 '일 안 하는 문화'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는 "법관이 승진 제도가 있을 때 성심을 다하고 없을 때 그렇지 않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코로나 등 복합적 원인이 있다"며 다른 이유를 언급했고 "법관 수부터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기 내 인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성별, 출신 학교 등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며 "저와 (대법원 판결에서) 제일 많이 같은 의견을 냈던 분도 제가 제청한 대법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균용과 친했다... 건강 유의하길"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이 후보자와) 고향도 같고, 한 대법관을 모신 전속연구관으로 함께 일을 해 그동안에도 친했다고 할 수 있다"며 "6년이란 긴 기간 동안 건강 유지를 당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신뢰의 근본 토양은 결국 재판"이라며 사법행정뿐 아니라 그간 대법원이 내렸던 전향적 판결에도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남녀 불문 연장자를 제사 주재자로 인정한 판결 등을 거론하며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나 강제징용 판결 무렵에 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역사상 아주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가장 뿌듯한 성과로는 형사 전자소송 제도 도입을 꼽았다.
임기 6년을 사자성어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에 김 대법원장은 "얼핏 떠오른 생각은 '첩첩산중'이지만, 그래도 '오리무중'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40년 법관 일만 했고 곁눈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뭘 좋아하는지 찾고 싶다"며 "변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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