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3000km 밖 돼지 콩팥, 원격 로봇 수술로 뗐다
지난 6월 3일.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진료를 받는 301인민해방군병원(301 PLA General Hospital) 수술실에 비뇨기과, 일반외과 의사들이 긴장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로봇수술, 그것도 3000km 이상 떨어진 중국 최남단 하이난성(海南省) 하이난산야병원에 있는 수술실을 연결한 초(超)원격 수술을 참관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한국에서 성경탁 교수(당시 동아대병원 비뇨의학과)가 와 있었다. 그가 수술 콘솔(surgeon console)에 있는 로봇핸들을 조작하자, 하이난 병원 수술대에 있는 로봇팔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술대 위엔 몸무게 60kg이 넘는 돼지 한 마리가 마취된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는 자유자재로 핸들을 움직여 돼지 신장을 부분 절개하기도 하고, 신장과 그 뒤쪽 부신을 적출하기도 했다. 거기에 암 조직이 있는 것으로 상정한 것.
이어 소변이 흘러가는 요관 문합술까지 능숙한 손길로 이어나갔다. 뒤에 늘어선 중국 의사들 사이에서 조용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에서도 거의 해보지 못한 3000km 초원격 수술이었다.
중국에선 1000km 이내 케이스는 여러 번 시도됐었다. 동물 수술에 이어 350m 내외 가까운 거리에선 사람 쪽 수술도 실험적으로 이미 해봤다. 원격 '수술'은 커녕 원격 '진료'도 못하게 하는 우리와는 사정이 무척 다르다.
이번 원격수술을 위해 중국은 군(軍)의 5G 전용 통신망까지 지원했다. 수술 도중 일어날 수 있는 통신두절이나 통신지체(delay time)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성 교수는 이날 인근의 한 수술로봇 제조사 R&D센터에선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의대 암병원과 연결한 1200km 원격 수술도 보여줬다. 여기서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시아비뇨기로봇수술학회(ARUS) 회장으로 중국 의사들에게 원격 로봇수술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베이징~하이난(3000km), 베이징~하얼빈(1200km) 초원격 로봇수술 잇따라 성공
그는 "통신망의 기술적 장애만 없다면 얼마든지 '원격' 로봇수술은 가능하다"면서 "1200km, 3000km가 떨어져 있다지만 마치 한 수술방에서 직접 환부를 보며 콘솔을 움직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국내 로봇수술 1세대의 대표적 인물의 하나. 미국 의대 명문, 클리블랜드클리닉에서 5년간 첨단 의료기법들을 두루 익혔다. 2000년 7월, 다빈치 로봇이 미국 FDA에서 사용허가가 나자 학회지 단행본(The Surgical Clinics of North America: Robotics in Surgery)을 발간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거의 모든 외과 영역의 당시 로봇수술 현황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동아대병원 교수로 부임한 후엔 2002년 11월일 텐데…. 그때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싱가포르가 다빈치 수술로봇을 막 도입했어요. 거기 초청을 받아 싱가포르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시연했죠. 그게 아시아에선 첫 케이스가 됐죠."
그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 부울경에서도 로봇수술이 시작됐다. 2004년, 로봇 전립선암 수술 임상 논문도 국제저널에 실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 그의 손길을 거친 전립선암 로봇수술만 1200례가 넘는다.
성 교수는 1일부터 창원한마음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시작한다. 이미 췌장담도 김명환, 간이식 주종우·김건국, 갑상선암 김동일 교수로 강력한 맨파워를 갖춘 창원한마음병원(이사장 하충식)은 이번에 성경탁 교수까지 합류하면서 더 강력한 '명의'(名醫)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아시아비뇨기로봇수술학회를 만들고 또 이끌어온 그로서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는 수술로봇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또 키워나갈, 새로운 터전이 필요했다.
특히 중국은 외과용 로봇 시스템을 개발한 곳만 현재 7개가 넘는다. 정부 차원에서 쏟아붓는 지원 예산도 천문학적이다. 수술로봇 시장의 메카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 교수는 지난달 31일 "로봇수술은 앞으로 원격진료, 더 나아가 원격 수술의 가능성을 계속 노크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한국~중국을 잇는 트라이앵글 로봇 수술시스템까지 구현해볼 수 있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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