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억의 터’ 철거 중단 가처분신청 각하
법원이 기억의 터 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낸 기억의 터 공작물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일 서울 중구 기억의 터 공작물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각하 결정하면서 “채권자(추진위)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 자료만으로는 공작물 철거행위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철거키로 한 기억의 터 시설물은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 등 두 점으로, 지난달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옥상 작가가 감독·관장해 제작했다.
각하 결정에 대해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 활동이 중단되고, 정관이나 조직도가 사라지면서 법원은 추진위를 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채권자를 최영희 추진위 대표 개인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기억의 터 소유권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날 추진위는 서울시가 임의로 이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추진위의 작품 소유권과 공법상 약정에 따른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철거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추진위는 “‘기억의 터’는 임옥상의 것도 채무자(서울시) 것도 아니며, 오직 국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모아, 국민 모금으로 세운 것”이라며 “독립된 공작물로 추진위가 서울시로부터 부지 사용승낙을 받아 일반시민들이 관람 및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는 추진위 소유이거나 최소한 추상적인 서울 시민들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억의 터는) 서울시의 일방적 처분권 대상이 되는 물건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세상의 배꼽’에는 여성주의 작가 윤석남씨의 큰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대지의 눈’은 다섯 권의 증언록에서 발췌한 ‘할머니들의 증언’, 처절한 삶을 딛고 인권운동가로 거듭나신 ‘할머니들 명단’,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끌려가는 소녀’가 새겨져 있어서 기록·기억될 중요한 공작물”이라며 “임 작가의 개인적인 과오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그림과 이름, ‘잊지 말아달라’는 아픈 증언까지 깨부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이들은 숙의로 대안을 마련한 후 작품을 신중하게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추진위는 “보완책이라도 확정하고 예산 조치를 한 후 채무자가 철거를 요청하면 이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공작물 철거를 확언했다”고 했다. 서울시는 추진위 측에 “철거 후 향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2016년 남산 옛 일제강점기 통감 관저 자리에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이곳에 설치된 조형물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은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을 강제추행해 지난달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임옥상 작가가 설계·제작했다. 이에 서울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는 4일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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