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도 '엔딩 크레디트'가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으로 기억한다. '아름다운 시절' 영화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아 기네스 기록까지 갖고 있는 이광모 영화감독은 광화문에 시네큐브 예술 극장을 열었다.
이 극장은 대중적인 영화보다는 동유럽, 중동, 인도 등 예술적 가치가 있는 영화만을 고집했다. 영화 마니아들은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문제작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어 흐뭇해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종종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극장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 우왕좌왕했다. 마지막 영화 자막이 다 끝나고 나서야 불을 켜고 문을 열어줬다. 이를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라고 한다.
성격이 급한 한국 사람들은 본영화가 끝나면 바로 나가기 급하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영화의 끝 부분에 제작 참여자의 화면까지 끝나야 일어서는 것을 예의로 생각한다. 이광모 감독은 "화려한 출연진을 보러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만들기까지 수고한 제작자들까지 배려하는 티테일 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에 예술 영화관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키려는 관객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벌떡 일어나서 출구로 향하는 관객들이 더 많다.
골프에서도 이러한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다. 본인이 기록한 버디나 롱퍼트 성공, 장타는 잘 기억한다. 하지만 그 버디를 기록한 홀이나 그린 주변에 대해서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반면에 골프를 치고 나서 골프장 주변 자연이나 함께한 동반자에 대해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말해주는 동반자도 있다. 이런 분들을 참 디테일하다고 하는데, 상대방의 소소한 관심과 관찰을 통해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좀 더 관계적 형성이 밀도있게 이어질 수 있다.
작고한 전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은 골프장 고객이 보낸 작은 선물에도 꼭 감사의 카드를 보낼만큼 디테일 감성이 빛났다. 그런가 하면 전 코오롱 그룹 이동찬 회장도 사무실 앞 파출소 소장을 직접 만나 차를 대접할 만큼 세심했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관계된 사람들의 대소사에 자필 편지를 써주기로 유명했다. 미국의 전설적 가수 엘비스프레슬리는 가정부 생일을 하루 늦게 기억해 내고는 손 편지와 함께 캐딜락 자동차를 선물해 화제가 된바 있다. 필자가 모셨던 골드코리아 이동준 회장은 일주일에 두, 세 번 꼭 전화를 먼저 해 안부와 건강을 확인하곤 했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존경받는 큰 인물들을 보면 참 사소한 것까지 잘 챙김을 알 수 있다.
골프장에서 골프를 잘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품격이 느껴지느냐이다. 골퍼 A는 목표한 성적을 위해 동반자와 말도 잘 안 섞으며 그늘집에서도 음식조차도 섭취하지 않는다. 이유는 몸무게가 달라지면 스윙의 변화가 오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프로 정신이 있다고 말할지 몰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계 형성을 외면하는 골퍼 유형이다. 정말 좋은 골퍼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관찰 그리고 따뜻한 대화일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품격이 있다. 그러나 신선하지 못한 향기가 있듯 사람도 마음이 밝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한 법이다"라고 했다.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에서 서로 행복한 미소를 주고받는 것이 더 향기 나는 사람이며 품격을 지닌 사람일지 모른다. 내가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무엇이 먼저인지 보인다. 극장에서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가 필요하듯이 골프장에서도 필요하다. 18홀을 마치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행복하게 허그를 할 수 있는 그런 디테일 감성 골프를 상상해 본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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