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간토대학살 조사 미흡 사죄”…한국 정부는 진상규명 요구 없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00년 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의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잘못에 대해선 정확히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날도 일본 정부에 진상 규명을 명확히 요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국제포럼에서 열린 ‘제100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정보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한국·조선인 학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쁜 일을 한 데 대해선 정직하게 정부가 책임을 다해야 하고,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등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1923년 9월 1일 간토 일대를 강타한 지진 이후 퍼진 유언비어로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로 국력 약화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이 책무를 다해야 하지만, 한국이 대신 해법을 제시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정부의 해법 발표 이전으로 돌아가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역사상 최초로 단독 정당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제93대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으로 통하는 그는 퇴임 이후 일본 정부의 사죄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날 추념식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가 주최하고, 일본 주재 한국 대사관과 재외동포청이 후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해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 후쿠시마 미즈호 사회민주당 대표,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유력 일본 정계 인사가 참석해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했다.
한국 정부는 100주년인 이날도 일본 정부를 향해 진상 규명을 명확히 요구하지 않았다.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는 “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라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직시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진정한 동반자로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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