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 책임론 의식?… 해외 안 가고 간부 사상단속 나서는 이유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9. 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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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G20 불참설… 올해 해외 체류 6일 불과
경기 침체 책임론에 ‘내부 단속 우선’ 판단한 듯
간부 사상교육 점검하며 “정치 판단력 향상” 강조
블룸버그 “조치 취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 무대를 기피하며 G2(주요 2개국) 정상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부 국가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갈수록 동력을 잃어가는 중국 경제가 진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의 경제 실패는 1인 권력 체계를 완성한 시 주석의 명백한 책임인 만큼, 내부 단속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를 살리려면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해야 하지만 시 주석은 오히려 지도층 사상 교육을 강화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3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12년 말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202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당시 시 주석은 코로나19를 이유로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도 만남도 어렵게 됐다.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로이터 연합뉴스

G20 정상회의를 열흘가량 앞둔 시점에서 시 주석의 불참설이 불거진 것은 인도와의 관계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때만 해도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우호적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29일 중국이 인도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한 ‘2023년판 중국 표준 지도’를 공개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인도와 관계가 경색됐다는 이유만으로 시 주석의 G20 정상회의 불참을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시 주석은 올해 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시 주석이 해외에 체류한 시간은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틀, 지난달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공에서 나흘, 총 6일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중국 국경이 전면 개방된 만큼 시 주석이 공격적 외교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는 정반대다. 브릭스 정상회의 때는 예정돼 있던 행사에 돌연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 시진핑, 경제 책임론 퍼질까 사상 단속… “경제 실패는 시진핑 아킬레스건”

시 주석이 중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으로 ‘경제 책임론’이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치며 전 세계에 쇼크를 안겼다. 올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지된 만큼 ‘5% 안팎’ 성장률 목표치를 내걸었지만, 경제 3대 동력인 투자와 소비, 수출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위태로운 경제는 시 주석의 권력을 흔들 수 있다. 시 주석이 집권 후 다른 계파를 모두 척결하고 1인 권력을 공고히 한 만큼, 경제 성적에 대한 책임도 시 주석이 오롯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링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누구도 시 주석에게 정치적으로 도전할 수 없었지만, 경제적 성과가 정권 정당성의 핵심인 만큼 시 주석의 통치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시 주석의 정치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독재 정치가 경제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시험하고 있다”며 “40년간의 고속 성장을 마치고 ‘실망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경제 회복을 위해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할 경우 자신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 주석은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달 31일 시 주석이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2023~2027 국가간부교육훈련계획’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 주석이 창시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심도 깊게 연구·관철하고, 당의 혁신이론으로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로 했다. 또 간부에 대한 사상 훈련을 강화해 정치적 판단력·이해력·집중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시 주석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권력 위협에 직면하지 않더라도 장기간의 (경제) 침체는 유능한 지도자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밖에 없고, 높은 실업률과 기회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돼 시스템 내부의 엘리트조차 불만을 갖게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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