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방화·살인’ 피해자 유족, 법정서 무릎 꿇었다…“사형 선고를”

피해자 자녀 2명, 가해자 향해 “반성한다면 사형을 받으라”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층간 누수 문제 관련 갈등을 빚던 이웃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40대 정아무개씨가 6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이웃주민을 살해한 후 불을 지른 40대 남성의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피해자 유족은 사형 선고를 탄원하며 법정에서 무릎을 꿇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당우증 부장판사)는 1일 살인, 현조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아무개(40)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피해자의 자녀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유족 측은 정씨와 근거리에서 대면하길 원치 않는다며 정씨의 퇴정을 요구했다. 이에 정씨는 법원 내의 유치장에서 유족의 사건 관련 증언을 들었다.

피해자 A씨의 딸은 "행복했던 가족이 살인자의 끔찍한 범죄로 산산조각 났고, 저는 죽은것과 다름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살인자 정씨는 우리 가족 모두를 죽인 것과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주길) 간절히 요청드린다"면서 "정씨도 용서를 구한다면 본인 스스로 판사님께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의 아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누가,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씨는 용서를 구한다면 사형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A씨의 자녀들은 증인신문 종료 후 재판부 앞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재차 정씨에 대한 사형 선고를 탄원했다.

반면 이날 정씨 측 변호인은 앞선 1차 공판기일 때처럼 혐의를 전부 인정 및 자백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씨는 지난 6월14일 오후 9시43분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3층 높이 다세대주택 2층에 거주하던 7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후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범행 전까지 생활고로 신변을 비관하고 있었다. 여기 더해 임대차계약 종료로 인한 퇴거 통보까지 받자, 층간누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아래층 A씨의 자녀 요구에 앙심을 품고 범행했다. 범행 후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한 절도를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