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기한 단식 선언...검찰 “9월4일 오전 2시간만 조사는 불가”
(시사저널=조해수 기자·강윤서 인턴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31일 국회에서 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면서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9월4일 소환조사를 통보한 가운데, 이 대표의 단식이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방탄 단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개인 토착비리 형사사건 수사다. 절차에 따라 진행될 뿐이다. 조사받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중요치 않다"면서 "절도죄나 사기죄로 소환받았을 때 단식하면 수사가 없어지겠나. 형사사건은 형사사건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6주째 공전됐다.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도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사실이 알려진 후 변호인 사임, 부인의 법정 소란 등 이례적 장면이 잇따랐다. 재판의 핵심은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확인하는 것인데, 거듭된 재판 파행 때문에 한 달이 넘도록 확인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검찰은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 수순 밟나
쌍방울그룹은 2019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포함해 모두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말부터 재판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인지했다'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가 알려지자,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인 백아무개씨가 전면에 등장했다. 백씨는 7월24일 41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를 거부했지만 해광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재판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8월8일에는 법무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해 의견서, 재판부 기피신청서, 사임서를 제출한 후 돌연 사임했다. 이 전 부지사와 상의 없이 이뤄진 돌발행동이었다. 8월22일 재판에서는 법무법인 해광이 사임했다. 결국 국선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를 대리하게 됐다.
8월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에서 쌍방울그룹과 관련해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44차 공판이 열렸다. 오전 재판에서는 대북 송금 의혹에 연관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에 국가기밀 사항에 속하는 국정원 문건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안 회장은 지난 재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측 인사에게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위 실장이 난처해한다는 내용을 국정원에 다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8월22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쯤 방북 비용이 300만불로 조율됐고, 이를 증인이 대신 납부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모두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모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방북 비용 대납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점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에게서)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9월4일 이 대표뿐만 아니라 측근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과 천준호 비서실장을 동시에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와 가까운 지역위원장에게 이 전 부지사를 적극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접촉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박 의원은 재판 지연 관여 의혹을, 천 비서실장은 경기도 공문 유출 관여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칼을 뽑아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애초 "9월 셋째 주에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9월4일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9월1일 "(이 대표는) 본인 검찰 조사 있어서도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검찰이 고집하는 오는 4일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일시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할 때 4일에는 1차로 오전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중 검찰과 협의해서 추가조사 진행하겠다"며 "이 같은 입장은 오전 검찰에 전달됐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즉각 입장을 밝혔다. 수원지검은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변호인에게 알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선임 난항…법조계, 부담스러워해"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재판은 향후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부지사가 사선 변호사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피고인은 구속 상태고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과 공동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며 "사선 변호사 선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1명, 많으면 2명의 변호사를 다음 주까지 섭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상황 탓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사건 수임에 부담을 느끼는 법조계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전 부지사와 접견한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확정된 변호사 후보군이 없다"면서 "이 전 부지사와 부인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 그쪽 동문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 지적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사건 자료만 협조해도 최소 2주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시사저널에 "중요한 사건인 데다 법무법인 해광과 덕수 등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결국 사임한 모습을 보고 법조계에서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사선 변호사 선임 이후에도 문제는 남는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가 방대한 양의 검찰 수사 기록, 재판 기록 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이유다. 5만 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복사하는 시간만 1~2주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도 국선변호인과 역할을 분담할 것을 당부했다. 검찰 측도 "중요한 증거의견이 있지만 재판 진행이 더뎌 증거 철회까지 검토한 상황"이라며 "국선변호인을 추가 보강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이화영 전 부지사의 구속기간 만기가 다가오는 촉박한 상황이다. 재판이 거의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어, 검찰 입장에선 굉장히 걱정이 많다"면서 재판을 현재 주 1회에서 2회로 늘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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