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뭉텅이 바람처럼 살았다, 풍경이 됐다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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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뭉텅이의 덩어리가 어느 곳을 향해 몰려가는 중이다.
희끗희끗 푸르고 진한 기운이 둥글고 강하게 뭉쳐서 말이다.
슬쩍 훔쳐본 작품명이 '바람얼굴 I'(2023). 누구라도 처음 봤을 이 맹렬한 풍경을 작가 김용주(65)는 어찌 한눈에 알아보고 화면에 옮겨놨을까.
마치 책무를 다한 듯 다 털어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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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제주로 귀향, 제주 풍경 담아
붓 대신 손과 손가락을 도구로 써
생과 삶 응축한 듯한 작업들 꺼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 뭉텅이의 덩어리가 어느 곳을 향해 몰려가는 중이다. 희끗희끗 푸르고 진한 기운이 둥글고 강하게 뭉쳐서 말이다. 슬쩍 훔쳐본 작품명이 ‘바람얼굴 I’(2023). 누구라도 처음 봤을 이 맹렬한 풍경을 작가 김용주(65)는 어찌 한눈에 알아보고 화면에 옮겨놨을까.
어찌 보면 작가의 생과 삶을 응축한 듯하다.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랐단다. 그 섬을 떠나 들어선 뭍에선 그리움조차 내색하지 못한 세월이었을 거다. 30년간 서울에서 중·고교 미술교사를 지냈다. 학생들 가르치는 교과서도 수차례 집필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돌연 ‘돌아가야겠다’고 했단다. 마치 책무를 다한 듯 다 털어버리고 말이다.
이후는 귀향해서 다시 만난 제주를 관찰하고 제주를 그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밤잠도 아까울 만큼 몰입하고 빠져들면서. 그래서 남들 하는 붓질로는 부족했다고 여긴 건가. 작가 작업은 대부분 붓 대신 손과 손가락을 도구로 쓴단다.
눈에 보이는 전경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경은 그렇게 화면에 뭉쳐졌다. 하늘을 움직이는 기류인 ‘바람’이 사람을 움직이는 소망인 ‘바람’이기도 하듯이.
9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바람마당’에서 볼 수 있다. 열세 번째 개인전이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부터 종달리, 성산읍 오조리로 이어지는 바닷가를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별해 걸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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