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증거 잡아드립니다” 탐정 사무소 성행하는데… 제도는 여전히 ‘구멍’

이학준 기자 2023. 9.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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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한 소셜미디어(SNS)에는 불륜 현장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게시물은 이 채널에만 44건이 올라왔고, 일부 영상은 조회수 300만회를 넘었다.

직접 의뢰를 받아 불륜 현장을 촬영한 영상까지 함께 게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365일 24시간 운영된다는 한 흥신소는 지난 4월 불륜이 의심되는 남녀를 미행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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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간판 내건 흥신소 온라인에 성행
국가에서 관리, 감독할 법적 근거 없어
전문가들 “스토킹 범죄 악용 등 우려”

지난 29일 한 소셜미디어(SNS)에는 불륜 현장이 담긴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게시자는 ‘탐정 사무소’ 관계자였다. 불륜 증거를 확보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일한 결과를 인터넷에 올려 업체 홍보에 나선 것이다. 게시물에는 영상과 함께 ‘불륜·외도 전문’ ‘증거자료 수집’ ‘사람찾기 전문’ ‘신변보호’ 등 해시태그가 달렸다.

영상에는 성인 남녀가 매점 앞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성인 남녀 모습은 ‘불륜커플’이라는 자막으로만 가려지고 모자이크 처리는 되지 않아 신원이 특정될 가능성이 있었다. 초상권 침해는 물론 미행에 따른 경범죄 처벌도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게시물은 이 채널에만 44건이 올라왔고, 일부 영상은 조회수 300만회를 넘었다.

불륜·외도와 불법행위 증거를 확보해주겠다는 흥신소들이 성행하고 있다. 2020년 8월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탐정업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탐정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한 직무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흥신소’ 관련 게시물은 2만8000여건이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외도 증거를 잡아 법정에서 효력이 있는 자료를 만들어 주겠다는 등 홍보 문구를 기재하고 있었다. 직접 의뢰를 받아 불륜 현장을 촬영한 영상까지 함께 게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누리꾼들이 해당 게시물에 수백 개의 ‘좋아요’를 눌렀다.

30일 기준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흥신소와 관련한 게시물이 2만8000여건 가량 집계됐다./소셜미디어 갈무리

일반인들에겐 흥신소로 알려진 ‘탐정업’은 현재 불법이 아니다. 2020년 8월 ‘탐정’이라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던 신용정보법 조항이 삭제된 게 계기가 됐다. 이에 은퇴 후 탐정 사무소를 차려 활동하는 전직 경찰관들이 많아졌다. 그간 쌓은 증거수집 등 각종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정은 약 1만5680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탐정업이 합법이라는 규정만 있을 뿐, 직무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불륜 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지, 특정 인물을 미행하는 것이 합법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국가에서 이들을 관리·감독할 수도 없고, 의뢰 대상의 권리 보호도 미흡한 실정이다.

365일 24시간 운영된다는 한 흥신소는 지난 4월 불륜이 의심되는 남녀를 미행하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지난 2월 올라온 영상에는 남녀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모자이크처리는 되어 있지 않았다.

탐정업 합법화 당시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 범위와 권리 보호 등을 정한 ‘탐정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발의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지만, 현재도 요원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이명수·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경찰청이 이를 토대로 ‘공인탐정 제도’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전문가들은 현행법만으로는 탐정사무소의 업무 행태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2021년 20대 남성이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인 여성의 집을 찾아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에서도 흥신소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을 강의하는 김성룡 교수는 “흥신소를 찾는 의뢰자의 의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스토킹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가에서 공인된 이들이 아니라서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들이 수집한 영상들을 동의 없이 게시하는 등 초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행동을 해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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