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저절로 바다로”…침수 차량서 운전자 구한 두 영웅[따만사]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2023. 9.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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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택 씨(42·오른쪽)와 홍시호 씨(67·왼쪽)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있는 모습.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지난 7월 12일 오전 5시 56분. 낚시를 하러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심곡항을 방문한 심용택 씨(42)는 이른 새벽부터 ‘쿵’하는 굉음 소리와 함께 ‘풍덩’하는 소리를 들었다. 심 씨는 근처에서 나는 소리임을 직감하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바다에 흰색 차량이 침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차량 뒤편에서 누군가 ‘톡톡’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차 안에 사람이 갇혀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심 씨는 옆에 있던 목격자와 함께 119에 신고했다.

119구조대 측에서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현장에 뛰어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심 씨는 침수하는 차량을 앞에 두고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함께 있던 목격자에 사고 장소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한 뒤 구명환을 들고 뛰어들기 위해 나섰다.

심 씨는 기자에게 “이대로 두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분한테 119 전화를 부탁했다”라며 “곧이어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라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침 그때 주변에서 어민 홍시호 씨(67·대영호 선장)도 소리를 듣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홍 씨는 심 씨에게 배를 끌고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아 홍 씨는 노를 저어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심 씨는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에 바다로 뛰어든 뒤 헤엄쳤다. 구명환과 망치를 들고 입수한 심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수석 창문이 약간 열려있는 상태로 차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뒷좌석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1명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 씨는 차 뒷문을 열기 위해 문을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

“생각 없이 뛰어들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살릴 수 있었다”

이때 홍 씨가 끌고 온 배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심 씨는 홍 씨의 배에 망치를 올려놓고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쉽게 열리지 않아 차체에 발을 대고 당기기 시작했다. 차량이 3분의 2가 이미 잠긴 상황에서 홍 씨는 막대기에 있던 갈고리를 차량 뒤 범퍼에 걸어 차가 더 깊게 잠기는 것을 막았다. 심 씨와 홍 씨는 합심해서 안간힘을 쓴 끝에 차량 문을 겨우 열 수 있었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뛰어든 심 씨와 순발력을 발휘한 홍 씨 덕분에 안전하게 익수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원 강릉지역 주민 2명이 지난달 12일 오전 심곡항에서 바다에 빠진 차 안에 갇혀 있던 50대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당시 상황에 대해 홍 씨는 “너무 급박했던 상황이라 순간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심 씨는 “단지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했던 심 씨와 홍 씨의 침착한 구조 활동으로 익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걸렸던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의 도움으로 119구급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익수자는 차량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강릉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재빠르게 구조된 덕에 익수자는 스스로 배 위로 올라왔고 119에 실려 갈 때도 물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무사한 상태로 인계됐다고 한다. 익수자는 배 위로 올라와서 홍 씨와 심 씨에게 “구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또 홍 씨는 사건 발생 5시간 후, 익수자로부터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남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 보면 반사적으로 움직여…”

홍 씨는 평소 삶을 살아오면서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20대 때 바다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되레 위험에 빠질 뻔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홍 씨는 “긴박한 순간이 오면 그 순간에는 보이는 게 없다”라며 “친구를 구해주려 뛰어들었는데 나를 빠트리려 하더라”라고 농담조로 웃었다.

그러면서 홍 씨는 오히려 심 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젊은이라고 이야기했다.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심 씨가 낚시를 하러 일주일에 1~2번 심곡항에 자주 오기 때문에 지나가면서 얼굴은 알고 있는 사이라고 전했다.

심용택 씨(42·왼쪽)와 홍시호 씨(67·오른쪽)의 모습. 사진=김예슬 기자. 2023.08.16

심 씨는 평소 바다를 무척 좋아해 자주 가는 편이다. 그는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고 반사적으로 뛰어들었던 자신의 또 다른 경험을 회상했다. 2019년. 심 씨가 여름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을 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바다에 빠진 외국인을 발견하고 구조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뛰어들었다.

심 씨의 수영 실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는 생존수영만 할 줄 아는 정도라고 한다. 이날 심 씨는 이안류에 휩쓸려 오히려 본인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 심 씨는 “큰일 날 뻔했지만 생존수영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라며 “평소에 바다를 엄청 나게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 항상 반사적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홍 씨는 차량 익수자를 구조한 뒤 각종 매체에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많이 알아봤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좋은 일을 했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이었다. 시장을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처음 보시는 분이 TV에 출연했던 의인이라며 박카스 한 병을 전달하더라”며 뿌듯했던 순간을 전했다.

심 씨는 “언론에 보도된 뒤 가족들이 ‘죽으려고 환장했냐’라고 하더라”며 걱정 반 농담 반의 반응을 보였다고 웃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가족들은 싫어했지만 심 씨의 지인들은 큰일 했다고 칭찬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또 뛰어들 것”

사건 이후 이들의 활약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러한 미담을 접한 누리꾼들은 ‘바다의 영웅이다’, ‘아직 이런 분들이 있어서 살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순간에 생각할 틈 없이 구조한 것”이라며 “평범하게 봐줬으면 한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심 씨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100%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또 뛰어들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삶의 가치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홍 씨는 삶을 살아가며 평화롭고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소망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특히 싫어해 남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심용택 씨(42·오른쪽)와 홍시호 씨(67·왼쪽)의 모습. 사진=김예슬 기자. 2023.08.16

심 씨는 “평소 살아가면서 한 만큼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라며 “악한 것이든 선한 것이든 언제든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삶을 살아갈 때 베풀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가치관”이라고 했다.

이들은 해경과 기업 재단으로부터 감사장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씨 는 “어느 누구였어도 했을 행동”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상장도 주시고 특별하게 대해주신 것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홍 씨는 “해경에 따르면 바다에 차량이 빠진 상황에서 익수자를 바로 구조하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고 들었다”라며 “그런 점에서 의로운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익수자를 살릴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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