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저절로 바다로”…침수 차량서 운전자 구한 두 영웅[따만사]
119구조대 측에서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현장에 뛰어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심 씨는 침수하는 차량을 앞에 두고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바로 “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함께 있던 목격자에 사고 장소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한 뒤 구명환을 들고 뛰어들기 위해 나섰다.
심 씨는 기자에게 “이대로 두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던 분한테 119 전화를 부탁했다”라며 “곧이어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라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침 그때 주변에서 어민 홍시호 씨(67·대영호 선장)도 소리를 듣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홍 씨는 심 씨에게 배를 끌고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아 홍 씨는 노를 저어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심 씨는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에 바다로 뛰어든 뒤 헤엄쳤다. 구명환과 망치를 들고 입수한 심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수석 창문이 약간 열려있는 상태로 차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뒷좌석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1명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 씨는 차 뒷문을 열기 위해 문을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
“생각 없이 뛰어들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살릴 수 있었다”
이때 홍 씨가 끌고 온 배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됐다. 심 씨는 홍 씨의 배에 망치를 올려놓고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쉽게 열리지 않아 차체에 발을 대고 당기기 시작했다. 차량이 3분의 2가 이미 잠긴 상황에서 홍 씨는 막대기에 있던 갈고리를 차량 뒤 범퍼에 걸어 차가 더 깊게 잠기는 것을 막았다. 심 씨와 홍 씨는 합심해서 안간힘을 쓴 끝에 차량 문을 겨우 열 수 있었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뛰어든 심 씨와 순발력을 발휘한 홍 씨 덕분에 안전하게 익수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홍 씨는 “너무 급박했던 상황이라 순간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심 씨는 “단지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몸이 먼저 반응했던 심 씨와 홍 씨의 침착한 구조 활동으로 익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걸렸던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의 도움으로 119구급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익수자는 차량에서 빠져나왔고, 이후 강릉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재빠르게 구조된 덕에 익수자는 스스로 배 위로 올라왔고 119에 실려 갈 때도 물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무사한 상태로 인계됐다고 한다. 익수자는 배 위로 올라와서 홍 씨와 심 씨에게 “구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또 홍 씨는 사건 발생 5시간 후, 익수자로부터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남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 보면 반사적으로 움직여…”
홍 씨는 평소 삶을 살아오면서 위기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20대 때 바다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했지만 본인이 되레 위험에 빠질 뻔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홍 씨는 “긴박한 순간이 오면 그 순간에는 보이는 게 없다”라며 “친구를 구해주려 뛰어들었는데 나를 빠트리려 하더라”라고 농담조로 웃었다.
그러면서 홍 씨는 오히려 심 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젊은이라고 이야기했다.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심 씨가 낚시를 하러 일주일에 1~2번 심곡항에 자주 오기 때문에 지나가면서 얼굴은 알고 있는 사이라고 전했다.
심 씨는 평소 바다를 무척 좋아해 자주 가는 편이다. 그는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보고 반사적으로 뛰어들었던 자신의 또 다른 경험을 회상했다. 2019년. 심 씨가 여름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을 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바다에 빠진 외국인을 발견하고 구조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뛰어들었다.
심 씨의 수영 실력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는 생존수영만 할 줄 아는 정도라고 한다. 이날 심 씨는 이안류에 휩쓸려 오히려 본인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 심 씨는 “큰일 날 뻔했지만 생존수영과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다”라며 “평소에 바다를 엄청 나게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어 항상 반사적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홍 씨는 차량 익수자를 구조한 뒤 각종 매체에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많이 알아봤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좋은 일을 했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이었다. 시장을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처음 보시는 분이 TV에 출연했던 의인이라며 박카스 한 병을 전달하더라”며 뿌듯했던 순간을 전했다.
심 씨는 “언론에 보도된 뒤 가족들이 ‘죽으려고 환장했냐’라고 하더라”며 걱정 반 농담 반의 반응을 보였다고 웃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가족들은 싫어했지만 심 씨의 지인들은 큰일 했다고 칭찬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또 뛰어들 것”
사건 이후 이들의 활약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러한 미담을 접한 누리꾼들은 ‘바다의 영웅이다’, ‘아직 이런 분들이 있어서 살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순간에 생각할 틈 없이 구조한 것”이라며 “평범하게 봐줬으면 한다”라는 심경을 전했다. 이어 심 씨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100%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또 뛰어들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위기의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삶의 가치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홍 씨는 삶을 살아가며 평화롭고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소망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특히 싫어해 남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심 씨는 “평소 살아가면서 한 만큼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라며 “악한 것이든 선한 것이든 언제든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삶을 살아갈 때 베풀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 삶의 가치관”이라고 했다.
이들은 해경과 기업 재단으로부터 감사장과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씨 는 “어느 누구였어도 했을 행동”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상장도 주시고 특별하게 대해주신 것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홍 씨는 “해경에 따르면 바다에 차량이 빠진 상황에서 익수자를 바로 구조하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고 들었다”라며 “그런 점에서 의로운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익수자를 살릴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따만사)은 기부와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위기에 빠진 타인을 도운 의인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등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숨겨진 ‘따만사’가 있으면 메일(ddamansa@donga.com) 주세요. |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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