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기 공급망 관리 '법률 준수'에서 출발
(지디넷코리아=조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최근 BMW와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협력업체에 '재생에너지 100(RE 100, 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요구하거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을 요구했다 국내 협력업체가 이런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자 납품계약이 줄줄이 취소된 사례가 보고됐다.
애플, GE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업체 선정 시 ESG 리스크 평가 정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ESG 리스크 평가 결과, 해당 업체가 위험이 상당하거나 개선 여지가 없으면 우선협상대상에서 탈락시키거나 거래관계를 즉시 종료하고 있다.
외국계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 역시 협력업체용 ESG 행동규범을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협력업체에 대해 환경, 인권,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서면 진단을 하거나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제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 역시 공급망 관리를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에도 공급망 관리 대응은 당면한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기업이 공급망 관리에 잘 대응할 수 있게 작년 12월 '공급망 대응을 위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급망 관리 시 중소기업이 “윤리적/법적 책임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본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경우, 친환경설비를 갖추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환경적인 부분은 대기업이나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공급망 관리는 해당 기업이 최소한의 법적 제도나 조직과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법만 잘 지켜도 공급망 관리를 위한 실사에서 평균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이 공급망 관리에 대응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중소기업에 질문이 집중되는 부분은 S(사회) 분야다. 공급망 관리 시, 대기업에서는 사회(S) 분야 중 특히 '회사와 근로자의 관계'와 '근로자의 안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 회사가 근로자와 제대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인데, 이때 제대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근로계약서에 근로기준법상의 내용이 반영됐는지로 평가한다.
일례로, 근로계약서에 1일 8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기본 근로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는지, 회사가 급여를 지급할 때 총 근무시간, 초과근무시간 및 구체적인 공제내역 등이 포함된 급여명세서를 제공하고 있는지 등이다. 또한, 산업재해 예방 및 발생 시 처리 프로세스가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도 공급망 관리의 중요한 요소다.
중소기업은 산업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매뉴얼을 보유해야 하고, 안전보건매뉴얼에 따라 각종 안전설비와 안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일례로, 기계설비에 적절한 방호덮개, 방호장치 등을 설치하거나 화재예방을 위한 소화기구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다.
2023년 초반 스타벅스가 본사의 윤리구매심사를 강화했다는 이유로 협력업체에 협력사 소속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서, 출퇴근 기록, 신분증 사본 등을 요구했다. 스타벅스가 협력사에 근로계약서, 출퇴근 기록 등을 요구한 것 역시 공급망 관리의 기본인 '기업과 근로자와의 관계'를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공급망 관리에 대한 대응책으로 위험성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위험성 평가를 받아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평가 결과를 보관하는 것은 2024년부터 5인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비는 물론,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ESG 공급망 관리라는 흐름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들은 ESG의 E는 돈이 많이 들어서 못 하고, S는 복잡해서 못 하며, 경영진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G는 하기 싫어서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 ESG의 필요성이나 대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ESG나 공급망 관리는 더 이상 중소기업과는 상관이 없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역시 ESG 도입이 시급하고, 공급망 관리라는 새로운 생태계 허들이 등장했으며, 이를 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관리 대응은 거창하지 않다. 각각의 중소기업이 자신에게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법령과 그에 따른 법적 의무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조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shc@dlight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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